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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속 '제3 순환계' 존재 여부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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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속 '제3 순환계' 존재 여부 밝힌다

입력
2007.11.22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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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락(經絡)의 실체는 밝혀지나.

서울대 소광섭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10일 ‘봉한학설 입증 세미나’에서 한의학적으로 서로 연관된 혈에서 장기로 실제 물질이 이동하는 것을 관측해 혈과 장기 사이의 실제 이동통로가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현대의학으로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던 경락체계와 침술의 효과가 밝혀지지 않은 제3의 순환계에 의해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 침술 효과 이래서 나온다

봉한학설이란 1960년대 북한의 의학자 김봉한이 주창한 것으로, 우리 인체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액의 순환(심혈계)과 외부 침입자를 감시하는 면역세포의 순환(림프계) 외에 제3의 순환계 즉 봉한관이 전신에 존재한다는 학설이다.

5년 전 봉한학설 연구를 시작한 소 교수는 지금까지 동물실험을 통해 혈관이나 림프관 속과 피부, 장기표면 등에서 머리카락 굵기(30~50마이크론)의 봉한관을 찾아냈고, 봉한관을 혈전과 구분하는 방법을 정립했다.

봉한학설이 전혀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었던 것이다. 나아가 소 교수는 봉한관이 식물뿌리처럼 내부가 치밀하고, 염료를 넣어 실험한 결과 혈류보다 아주 느리게(분당 0.3㎜) 이동하며, 봉한관 안에 면역세포나 호르몬 등이 있다는 사실 등도 추가로 밝혔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2007년 , 2004년 등에 발표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10일 세미나에서 발표한 혈과 장기 사이의 관련성이다. 소 교수는 쥐를 이용해 배꼽과 명치 가운데에 있는 중환혈에 염료를 주입했다. 중환혈은 위와 췌장 등을 관장하는 혈로 알려져 있다. 그랬더니 염료가 다른 장기보다 유독 췌장으로 많이 이동해 검출됐던 것.

소 교수는 “봉한관이 신체 내에서 어떻게 서로 연결돼 있는지는 앞으로 더 규명되어야 하지만 피부의 혈과 장기를 잇는 통로가 있다면 효율적이고 부작용 없는 약물 전달경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특정 장기에만 약물을 전달하려 할 때에는 지금처럼 먹거나 주사를 맞아 혈관을 통해 전신에 약물을 퍼뜨리지 않고, 적당한 혈에 약물을 소량만 주입해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이는 침의 효과를 설명해줄 수 있다. 침술이 경험적으로 효과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떻게 피부에 놓은 침이 장기에 영향을 주는지는 신비에 가까웠다.

조장희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장은 과거 침을 놓았을 때 뇌가 자극된다는 것을 밝혀 침술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고자 했었다. 소 교수의 실험은 경혈과 장기 사이를 연결하는 해부학적 조직을 가정하는 것이어서 전체가 규명되면 침술의 메커니즘을 단순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다.

■ 의학계에선 아직 의문

제3 순환계의 존재는 의학계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연구 초기 소 교수가 봉한관을 이야기하면 “림프구를 잘못 본 것”이라며 코웃음을 치거나, “미친 짓 하지 마라”며 항의하는 이들이 많았다.

사실 소 교수도 시작은 단순했다. 상대성이론을 연구하다 생물물리로 방향을 틀면서 “우리나라가 가장 앞서갈 수 있는 한의학의 기본원리를 파헤쳐 보자”는 생각이었다. 봉한학설을 알고는 이것부터 검증해보자고 시작했다가 상당 부분 사실임을 확인해 가는 중이다.

하지만 소 교수의 연구가 깊어지면서 이제는 “한번 연구해 보자”는 이들이 생기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럽연구소 남창훈 박사, 단백체학 전문 건국대 벤처인 프로바이온드, 독일 생물물리학연구소 등이 공동연구를 위해 손길을 내밀었다.

소 교수는 “아직 봉한학설이 어디까지 맞는지는 모른다. 예를 들어 김봉한 선생은 봉한관에 산알이 있어 조직재생, 조혈기능 등을 한다고 주장했지만 아직 근거를 못 찾았다. 하지만 최소한 기존 순환계와는 다른 순환계가 존재하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현상이 있다면 연구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 봉한학설이란

경성제대 의대를 나와 월북한 김봉한 평양의대 교수가 1960년대 5편의 논문을 통해 제3의 순환계 존재를 정립한 학설. 인체 전신에 그물처럼 봉한관이 퍼져 있어 호르몬, 면역세포 등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봉한관은 한의학의 경락을 해부학적으로 뒷받침하며 나아가 피부뿐 아니라 혈관 속, 장기 표면 등에 퍼져있다. 또 김 교수는 봉한관 내에 산알(나중에 DNA조각으로 밝혀짐)이 있어 세포재생, 조혈 작용 등을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와 봉한학설은 북한에서 60년대 이후 갑작스레 자취를 감추었고, 70년대 소수의 한·일 학자가 연구했으나 정체를 밝히지 못한 채 명맥이 끊겼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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