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전 총재 양측에서 모두 후보 단일화 의향을 내비치면서 실제 막판 단일화가 가능할지 관심이다.
이 후보는 "이 전 총재가 정권 교체를 위해 한나라당과 협력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언급했고, 이 전 총재도 "한나라당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이 후보와) 함께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단일화는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여러 변수에 따라 셈법이 매우 복잡하다.
우선 지금처럼 이 후보와 이 전 총재의 지지율 구도가 40 대 20 정도로 지속될 경우엔 단일화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위 후보로의 단일화 여론이 생겨날 수 있지만 '자력 우승'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이 후보 측이 거부 할 수 있다.
정치적 지분 등 반대급부를 내 줘야 하는 단일화 논의를 이 후보 측이 달가워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 전 총재 측이 지분을 요구하지 않는 단일화를 말한다면 가능성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단일화란 있기 어렵다.
때문에 이 후보 측이 가장 바라는 상황은 이 전 총재 지지율이 더욱 하락하는 것이다. 이 때는 이 전 총재가 스스로 대선 레이스를 중도 포기하고 "정권 교체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이 전 총재 중도 포기로 인한 자연스런 후보 단일화 시나리오다. 이 후보 측 한 관계자는 12일 "현재로선 단일화 문제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정답"이라며 "이 전 총재가 저절로 사그라지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총재 측은 "오히려 이 후보가 네거티브를 버티지 못하고 지지율이 급락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는 분위기다.
이 전 총재 측의 기대처럼 이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해 이른바 30 대 30 구도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때는 보수 진영 내에서 '자칫 범여권에 어부지리 효과를 줘 정권 교체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명분으로 강력한 단일화 요구가 나와 논의의 장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단일화를 낙관하긴 또 어렵다. 각자가 자신으로의 단일화를 주장하며 양보하지 않고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민 컨설팅 박성민 대표는 "양쪽이 팽팽하다면 서로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어느 한쪽이 물러 설 가능성은 더 적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이 전 총재가 지지율을 역전했을 경우를 따져 볼 수 있다. 이 전 총재는 보수 대표 주자론을 펴며 자신으로의 단일화를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정통성 있는 후보는 나뿐"이라는 명분으로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나라당 내에서 강력한 압박이 나오는 상황이 불거지는 경우 등에는 예측불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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