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학 중 베트남전에 참전, 수류탄 폭발 사고로 청력을 잃은 이모(55)씨는 8월 국가보훈처에 공무중상해(공상)로 인한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했다.
이씨는 보훈처에 당시 군의관의 소견 및 의병 제대 기록 등을 제시했으나 보훈처는 "당시 사고가 청력 장애의 직접 원인이 됐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등록 거부 결정을 했다.
일반인에게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국가유공자 등록이 보훈처 직원들에게는 예외였다. 4개월 전까지만 해도 국가유공자 자격을 심사하는 심사위원 전원이 보훈처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 예가 정일권 전 보훈처 차장이다. 정 차장은 책상을 옮기다 허리를 삐끗했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 자격을 취득, 이를 이용해 각종 특혜를 누리다 감사원에 적발됐다(10일자 1면).
감사원에 따르면 현재 보훈처 직원 가운데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사람은 총 51명(전직 포함 92명)으로 이 가운데는 현직 국장 3명도 포함돼 있다. 직원 1,000명당 37.7명 꼴로, 다른 부처(1,000명당 1.4명)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많은 것이다. 감사원은 12일 국가유공자 지정 과정에서 보훈처 내부의 조직적 공모나 직원 봐주기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특별감사에 착수키로 했다.
전윤철 감사원장은 이날 감사원장 연임에 따른 취임사에서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고위직 비리와 권력형 비리는 반드시 발본색원 한다는 신념 아래 부패와 비리가 있는 곳은 어디든지 성역 없는 감사를 통해 일벌백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훈처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국가유공자 심사가 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하다는 의혹을 받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군경을 제외한 공상 공무원을 국가유공자 범주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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