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측은 12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이 전 총재의 대선출마에 대해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한 데 대해 말을 아꼈다.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당혹스러움과 실망감은 감추지 못했다.
이날 대전으로 이동 중 소식을 들은 이 전 총재는 중간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기자들을 만나 "그 분(박 전 대표)은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상한 수준의 발언이냐'는 질문엔 "그만 하자"고 입을 닫았다. 그는 곧 이어 박 전 대표의 발언 내용 전부를 전해 들은 뒤 "충분히 이해한다"는 언급을 추가했다.
이혜연 대변인, 이흥주 홍보팀장 등 핵심 인사들은 모두 "이 전 총재가 한 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해달라"며 입을 닫았다. 함구령이 내려진 듯 했다. 그만큼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실망하는 분위기는 역력했다. 한 측근인사는 "지지율이 20%에서 정체하고 있고 박 전 대표 도움만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박 전 대표가 이렇게 빨리 입장을 밝힐 줄 몰랐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말보단 행동이 더 중요하다며 좀 더 관망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었다.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 말의 전후 맥락을 잘 보면 뉘앙스가 분명히 이명박 편을 들어 주었다고 할 수 없다"며 "오히려 고도의 정치적 수사를 통해 중립을 지키겠다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지율에 반영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을 움직일 마지막 변수인 BBK 관련의혹이 남아 있다며 위안을 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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