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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불씨가 안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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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불씨가 안꺼진다

입력
2007.11.22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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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도마뱀의 꼬리 같다. 잘라도 잘라도 계속 자란다. "상당 기간 간헐적으로 공포가 지속될 것"이라는 당초 전망이 불행하게도 적중하고 있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충격을 두고 하는 얘기다.

세계 금융시장이 또 한번 요동을 쳤다. 이쯤이면 내성이 생길 법도 하건만, 파괴력이 여전하다. 오히려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우려까지 겹치며 강도가 더 세졌다. 이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12일 국내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풀썩 주저 앉았다.

발단은 역시 금융회사들의 '자진 고해성사'였다.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등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상당한 수준의 서브프라임 손실을 상각(장부상 손실을 털어내는 것)해야 한다고 발표한 것이 불과 며칠 전.

이번에는 미국 4위 은행인 와코비아가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해 4분기에 5억~6억달러의 추가적인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히면서 지난 주말 미국 증시는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하룻새 1.68%, 나스닥지수는 2.52% 추락했다.

여기에 영국 최대 은행인 HSBC가 서브프라임 손실로 조만간 10억달러의 추가 상각을 발표할 것이라는 데일리 델레그라프의 보도가 전해지는 등 일단락된 듯 싶었던 금융회사들의 서브프라임 피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시 확산되는 양상이다.

과열과 과잉 유동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의 강력한 긴축 가능성이 대두된 것도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더욱 부추겼다.

결국 주말 뉴욕에서 바통을 이어 받은 아시아 증시는 12일 동반 급락했다. 국내 증시는 코스피지수가 3.37% 급락하며 1,920선까지 밀려났고, 일본 대만 홍콩 중국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2% 이상 급락했다.

관건은 이 싸움의 끝이 어디냐이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맞물려 진행되기 때문에 파장이 더 크다"며 "적어도 2009년 이후가 돼야 사태의 완전한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긋지긋한 서브프라임의 망령과 1년 이상을 더 싸워야 한다는 얘기다.

서브프라임 부실은 그 자체보다 후폭풍이 더 무섭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몰고 올 여러 파장 가운데 가장 위력적인 것은 엔캐리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싼 금리의 엔화 자금을 빌려 미 달러 등 각국 통화로 바꿔 전 세계 고수익 자산에 투자한 엔캐리 자금은 최소 2,000억달러 이상.

서브프라임 파장으로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엔화가치는 뛰고 해외투자자금은 속속 일본으로 환류하게 된다. 만약 이 같은 엔캐리 청산이 급속도로 진행된다면 전세계 자산가격 폭락 등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이미 징조가 심상찮다. 이날 원ㆍ엔 환율(100엔당)은 하룻새 20원 이상 폭등하며 825.68원을 기록했다. 달러화 약세에 따른 반사 효과도 있겠지만, 엔캐리 자금이 일부 청산되면서 엔화 수요를 증가시켜 엔화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당장 엔캐리 청산이 급격히 진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경계 대상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하준경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 금융시장 불안 속에 엔캐리 청산 쪽으로 방향이 잡혀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급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단 서브프라임 파장이 간헐적으로 불거질 때마다 엔캐리 청산이 활발히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그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과 환율등락…. 좀처럼 낫지 않는 세계경제의 커다란 두통거리임에 틀림없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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