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당선작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부규정은 없다."
서울 장지동 동남권유통단지 내 이주전문상가에 설치될 미술장식품의 모작 논란과 불투명한 선정 방식의 문제를 지적하는 14일자 본보 보도에 대해 이날 SH공사가 내놓은 해명이다.
궁색한 변명이라고 판단한 기자는 관계자에게 그 규정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이번엔 "규정은 없다. 당선작 도판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공사의 관행"이라고 털어놓았다.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작품은 당선작 발표와 동시에 공개되는 게 상식이다. 언젠가는 설치될 조형물을 비밀에 부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진작에 공개됐더라면 유사 조형물의 존재 여부가 금세 확인됐을 것이다.
"심사위원단이 심사 당일 급조돼 문제의 작품을 가려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공사 관계자의 말처럼, 발표와 동시에 공개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공모전에 심혈을 기울인 탈락 작가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SH공사는 앞서 은평ㆍ발산ㆍ장지지구의 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17차례에 걸쳐 조형물 공모전을 실시했다. 이 역시 '관행'상 당선작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하니, 이전 작품에 대한 모작 논란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SH공사는 최근 은평뉴타운 분양가 상한제 건축비를 높게 잡았다가 다시 낮춘 해프닝을 벌이는 등 요즘 부쩍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일부 건설사들이 평가위원에게 로비를 벌인 정황이 잡혀 조사가 진행중인 동남권유통 건설 비리 사건도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불투명하게 진행된 업무 방식의 산물이다.
과거 서울시가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얻었던 이유가 바로 이러한 관행 때문이었음을 SH공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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