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대통합민주신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내놓은 고유가 대책은 속 빈 강정처럼 실망스럽다. 서민층의 난방비 부담을 덜어준다며 등유와 액화석유가스(LPG)에 대한 유류세 탄력세율을 30% 인하한 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세금 인하는 정부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빗발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휘발유 세금 인하를 거부한 명분은 "고유가는 구조적 문제인 만큼 세계 어느 나라도 세금을 깎아서 대처하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나라만큼 기름값이 비싸고, 세금이 덕지덕지 붙은 나라도 없다. 한국을 100으로 했을 때, 1인당 국민총소득을 감안한 각국의 휘발유 가격은 미국 15 일본 30.8 독일 48.6 정도다. 현재 환율로 계산한 국내 휘발유 가격은 일본보다 리터당 400원 가까이 비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당연히 그 자체로도 낮춰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지나치게 높은 휘발유 가격은 시장 왜곡을 가져온다. 대표적인 예가 유사휘발유의 판매가 급증하는 현상이다. 유사휘발유로 인한 유류세 탈루액이 한해 1조원을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유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휘발유값을 인하할 수 없다는 논리도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지속적인 기름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올 3ㆍ4분기 주유소의 연료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7.5% 증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격과 소비의 상관관계가 그만큼 느슨해졌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가 나지 않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높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는 바른 방향이 아니라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러면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왔는지 반문하고 싶다.
이번 고유가 대책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아도 범정부 차원의 결연한 대응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어깨를 짓누르는 고유가의 고통을 정부는 전혀 나누어 부담할 생각이 없다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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