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12일 버스를 타고 전국 각 지역 바닥 민심을 공략하는 '9일 구국 대장정'을 시작했다. 지지율 30%에 도달하는 추동력을 '국민 속에서, 낮은 곳에서부터' 찾겠다는 취지다.
12일 첫 방문지는 대전. 이 전 총재의 연고지(충남 예산)이자, 국민중심당과의 연대설 등으로 표심이 꿈틀대는 곳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선 충청 지역에서 이 전 총재와 이명박 후보가 박빙의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나온다.
이 전 총재는 이날 뉴라이트 대전포럼 초청 강연에서 "준비한 연설문은 때려 치우고 생전 처음으로 즉석 연설을 하겠다"며 심경 등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그는 "나는 거대 정당과 나에게 인격 살인을 가하는 언론 권력이라는 공룡 앞에 선 외로운 전사"라며 "이런 상황에서 개인 명예만을 위해, 대통령 병 때문에 출마한 것이라면 벌써 꼬리를 내리고 물러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총재는 이어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를 겨냥, "법과 원칙을 중시하지 않는 기회주의적 포퓰리즘으로 정치를 하는 세력은 정권교체를 말 할 자격이 없다"며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남북관계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제시하지 못하는 당과 후보를 믿고 정권 교체를 확신할 수 없다"고 공격했다.
그는 "지금 이대로 정권 교체가 되면 잃어버린 지난 10년보다 나을 게 없는 5년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자신의 발목을 잡은 행정수도 이전 사업에 대해 "각 지방이 연방체제에 준하는 정도까지의 독립관 행정ㆍ예산ㆍ경찰권을 주어서 세계 속에서 경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귀족 이미지'를 씻는 것은 이번 대장정의 주요 목적 중 하나다. 그는 강연을 시작하기 전 한 여성 장애인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격려하는가 하면, 대전 중앙시장에서 순대국밥으로 저녁 식사를 해결하고 장급 여관에 여장을 풀었다.
대전=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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