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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절 스파이 띄워라" 英-러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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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절 스파이 띄워라" 英-러 신경전

입력
2007.11.22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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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배반한 스파이’

냉전시절 서방 스파이로 혁혁한 공을 세운 구 소련 스파이들이 최근 러시아 정부로부터 잇따라 최고 훈장을 받았다.

활동을 접은 지 수십년도 더 된 과거의 스파이가 다시 러시아 정부의 조명을 받은 것은 5개월 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70, 80년대 소련을 상대로 스파이 활동을 한 올레그 고르디예프스키에게 명예기사 작위를 수여한 것이 발단이 됐다.

고르디예프스키는 60년대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ㆍ연방보안국(FSB)의 전신) 요원으로 덴마크에 파견됐다가 영국 정보기관인 해외정보국(MI6)에 포섭돼 조국을 배반하고 이중간첩을 한 인물.

이번에 러시아 정부가 훈장을 수여한 간첩들은 당시 활동무대가 영국과 미국이어서 러시아가 영국의 명예기사 수여에 반발해 의도적으로 냉전시대 스파이를 부각시켰다는 해석이다.

AP 통신은 “스파이에 대한 훈장 수여가 냉전의 망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한 뒤 러시아와 미국, 영국 간 스파이 전쟁이 냉전 시대 이상으로 치열해지고 규모도 커지는 현 상황을 지적했다.

특히 영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전직 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런던에서 독살 당한 사건 때문에 가뜩이나 외교관계가 최악이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에 살인용의자인 안드레이 루고보이의 인도를 요구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국내 재판을 고집하며 인도를 거부하고 있다.

이번에 훈장을 받은 스파이는 조지 블레이크와 조지 코발 두 사람. 블레이크는 조국인 영국을 버리고 소련을 위해 영국에서 스파이 활동을 했고, 코발은 미국의 원자폭탄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기밀을 빼내 소련의 원폭개발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영국 정부를 감쪽같이 속이고 MI6 요원으로 위장 활동한 블레이크는 50년대 동베를린으로 통하는 지하터널에 영국과 미국이 군사용 도청장치를 설치하려 한다는 기밀을 빼냈다.

소련은 미국과 영국에 역정보를 내보내는 도구로 근 1년간 이 도청장치를 역이용했다. 61년 신분이 발각돼 체포된 뒤 42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블레이크는 동료들의 도움으로 66년 교도소를 탈출, 소련으로 들어가 KGB 대령을 지내며 러시아 스파이를 교육하는 역할을 했다.

블레이크가 조국을 배반한 것은 서울 주재 영국 대사관의 부영사로 일하던 중 터진 한국전쟁이 계기였다. 북한군에 체포되기도 했던 그는 미군이 “무기력한 한 조그만 마을”을 무차별 폭격한데 환멸을 느끼고 공산주의자로 변신했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FSB 대변인은 5일 러시아 방송에 출연, “그가 가져다 준 정보는 정말 날카롭고 섬세하고 대단히 중요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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