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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연선씨 '위안부 문제 기억하기…' 논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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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연선씨 '위안부 문제 기억하기…' 논문 발표

입력
2007.11.22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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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 담론과 가부장 담론, 순결 이데올로기 등이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해석하는 틀로 전용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안연선 독일 라이프치히대 연구원은 16일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가 개최하는 제2차 한국-프랑스 국제학술대회에서 ‘위안부 문제 기억하기; 망각에서 기억의 붐으로’라는 논문을 통해 우리 사회가 위안부의 고통을 ‘민족의 고통’으로 치환함으로써 위안부 경험의 복합적인 성격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예컨대 교과서나 언론매체들은 일제의 위안부 동원이 민족말살책이었다는 사실만을 강조한다.

위안부와 그 피해에 대한 묘사는 ‘이 땅의 꽃다운 딸’ ‘짓밟힌 조국’ 등 상투적이다. 이같이 위안부 경험을 민족적 수치로 치환하는 해석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그 경험을 사회적 오명으로 받아들이도록 했고 1990년대까지 이들이 과거를 말하는 것을 억압했다는 것이다.

위안부의 피해가 ‘정조 유린’이라는 순결 이데올로기와 결합되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여성의 성(性)을 민족의 재산으로 바라보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반영됨으로써, 성폭력에 의한 여성 개인의 인권침해라는 위안부 제도의 본질적 성격이 희석된다는 것이다.

가령 이 같은 시각 때문에 한 위안부는 “사람들이 자꾸 이렇게 눈을 이상하게 떠가지고 못있겠어. 갈보짓을 해먹었으니께 어디가 어떻다는 등…”과 같은 울분을 터뜨렸고, 많은 위안부들은 한국사회에서 받을 수치와 경멸 때문에 귀향을 포기하거나 자살을 시도했다.

위안부 담론에서도 순결, 순종, 희생 등을 특징으로 하는 유교주의적 여성성을 강화함으로써 식민주의자들에게 빼앗긴 남성적 권력을 되찾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논문은 또한 우리 사회가 위안부의 과거를 강제성을 중심으로만 기억하려 한다며 논쟁적 질문을 던진다. 실제로 위안부 중에는 생계를 위해 가족에 의해 팔리거나 스스로 자원해간 경우도 있고 또 위안소에서 돈을 받은 경우도 있지만 ‘성노예로서의 강제적인 성격’이라는 사회적 해석에 들어맞지 않는 위안부의 개인적인 기억은 억압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강제냐 자발이냐라는 이원론적인 해석으로는 위안소 내에서 위안부들이 생존하기 위해 사용했던 일제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순응, 협력, 저항 등의 복합적인 경험을 해석하기 어렵다고 논문은 지적한다.

안 연구원은 “위안부에 대한 한국사회의 기억이 민족주의와 성차별주의에 맞게 재구성되면서 복합적이고 모순적이기도 한 위안부 개인의 기억이 총체적으로 재현되는 것을 억압했다”며 “억압, 삭제, 망각된 기억까지도 총체적으로 재현해낼 수 있는 대안적 기억문화에 대한 탐색은 향후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2차대전 독일 점령당시 독일군과 관계를 맺은 프랑스 여성들의 문제(파브리스 비르질리, 프랑스국립학술연구원), 여성 레지스탕스에 대한 문제(올리비에 비비오르카, 프랑스 카샹 고등사범), 친일과 반공 이데올로기를 통해 여성계의 권력을 장악한 모윤숙의 사교 문제(공임순 성신여대 연구원) 등 성적인 프리즘으로 바라본 한ㆍ프랑스 양국의 전쟁기 피해자에 대한 문제가 폭넓게 다뤄진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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