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전만 하더라도 무보수에 명예직으로 일하던 의원들이, 이젠 대놓고 의정비를 올리겠다고 주먹질까지 하다니…."
지난달 20일 도봉구 의회 의정비 인상을 앞두고 여론의 향배를 짚어보기 위해 도봉구가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 과정에서 구의원이 구청직원을 폭행한 사건을 두고 주민들이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주민은 "구를 위해 일하라고 뽑아놓은 구의원들이 앞장서서 망신살을 뻗치게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건의 자초지종은 이렇다. 10월 20일 도봉구의회는 연봉을 어느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구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했다. 구청 홈페이지 개편작업이 한창이던 때로 '검증 안된 시스템'이라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설문은 시작됐다.
이렇게 시작된 설문은 이틀째인 21일까지 응답자 절반이 '월 350만~400만원'항목에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22일부터는 '월 200만~350만원'에 가장 많은 표가 몰리자 K(52)구의원은 설문 조작의혹을 제기하며 설문조사를 담당한 김모 과장을 사무실로 불렀다.
K의원은 김 과장이 사무실로 들어서자 멱살을 잡고 "왜 설문을 조작했냐"며 폭행,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다. 하지만 조작의혹을 제기했던 설문조사 내용은 전산상의 오류에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 과장이 K의원을 경찰에 고소하자 K의원은 26일 과장에게 사과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됐다.
의정비심사위원회도 주먹질하는 의원의 눈치를 살핀 것일까. 3,564만원이던 의정비는 전국 최고 수준인 5,700만원으로 치솟았다. 의정비 인상 과정에서 의원들이 보인 추태가 어디 이것뿐이랴.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온갖 편법으로 의정비를 올린 지방의원들에게 주민들은 기대를 버린 지 오래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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