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시장은 은색(銀色ㆍ실버)이 지배한다.
은색은 7년째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량 색상이다. 최근 발표된 차량코팅 기업인 PPG인더스트리에 따르면 은색 차량은 전 세계 자동차 중 가장 많은 31.5%를 차지했다.
전년(33.0%)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2001년 이후 7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검은색이 점유율 18.0%로 2위였고, 이어 흰색(12.5%) 청색(12.4%) 붉은색(8.8%) 금색ㆍ오랜지색ㆍ브라운색 등의 노란색 계열(6.6%) 등의 순이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북미에서도 은색은 22%로 1위를 차지했고, 흰색이 검은색(15%)을 1%포인트 차로 앞서며 2위를 기록했다. 전체 시장 트렌드는 은색 아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검은색과 청색이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색 자동차 강세에 대해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은색 인기가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는 진단이 있다. 첨단 기술과 하이테크 제품이 넘쳐 나는 최근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은색이 미래 지향적이고, 속도감이 있고 세련된 것을 선호하는 현대인의 기호에 들어 맞는다는 분석도 있다. 1908년 유명한 모델 T를 선보인 미국 포드사는 초기에는 풍요롭고 긍정적인 사회분위기에 맞는 다양한 색상을 선보였다.
그러나 1915년 이후 11년 간 소비자들은 검은색 한가지의 T를 구입했는데 이는 당시 침체된 사회, 전쟁 등과 관련돼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은 실용적인 면에서 은색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도시의 생활환경에서 은색 차량이 깨끗하다는 것이다. 또 은색은 다른 색상에 비해 때가 덜 타고 차량의 흠집을 숨기는데도 유리하다.
자동차 회사들은 은색이 차량 외관과 디자인을 다른 색상보다 잘 드러내 주기 때문에 선호한다. 이들에게 독특한 은색 개발은 신제품 개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선보인 은색에는 강청색을 띤 콜드 스태어, 붉은색과 녹색이 가미된 더블 비전, 청색과 갈색이 섞인 아웃 오브 사이트, 노란색 계통의 퀘스트와 이외의 프로스틱 실버, 메탈릭 실버, 다이아몬드 실버 등 다양하다.
이런 은색 차량이 다른 차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03년 브리티시 메디칼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은색 차량은 다른 색상의 차량에 비해 심각한 사고에 관련될 확률이 50% 가량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차량 색상과 사고를 연결짓는 것은 논란은 있지만 이를 규명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호주 모나쉬대학 사고연구소의 연구에선 검은색 차량이 다른 색상 차량에 비해 사고에 연루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은색이 포함된 흰색 계통 차량이 동일한 조건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사고율을 보여주고 있다. 거꾸로 보면 은색이나 흰색 차량을 모는 운전사가 사고를 낼 가능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
은색을 반기는 사회를 거꾸로 색상심리 면에서 분석하기도 하는데, 요즘 분위기와 은색은 잘 통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은색은 최근 세계인들이 추구하는 돈과 성공, 권위를 반영하는 색상으로 알려져 있다.
검은색은 권위와 힘을, 흰색은 순수함을, 붉은색은 강렬함을 표현한다. 흥분을 유도하고 눈에 잘 띄는 붉은색 차량은 차량 절도범에게 가장 인기 있고, 과속딱지를 잘 떼인다는 속설도 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