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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연구회 이사장 물러난 서길수 서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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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연구회 이사장 물러난 서길수 서경대 교수

입력
2007.11.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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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 기반도, 인적 자원도 미약한 처지에서 출발했지만 고구려연구회가 중국의 공세적인 고구려사 왜곡을 반박할 수 있는 학술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 자랑스럽습니다.”

고구려사 연구의 대표적 민간 학술단체인 고구려연구회를 창립한 서길수(63) 서경대 교수가 10일 열린 학회 총회에서 이사장 자리를 물러났다.

그는 1994년 고구려연구회 창립과 함께 회장, 이듬해 사단법인화를 계기로 이사장을 맡아 학회를 실질적으로 이끌어왔다. “처음 연구회를 시작할 때만해도 국내에 고구려사 연구자는 열 손가락 남짓했지요. 이제는 본 궤도에 오른 만큼 연구자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고구려연구회는 1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릴 정도로 규모가 커졌지만 2002년 중국의 동북공정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고구려 역사에 대한 학계나 사회적 관심은 지극히 미약했다. 고구려연구회는 그런 상황에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4차례나 국제학술회의를 열었고 논문집도 28권을 냈다. 여기에는 강연료를 쏟아붓고 기업 후원금을 끌어온 서 교수의 노력이 컸다.

10일 고구려연구회가 공개한 ‘중국의 고구려ㆍ발해 연구논문 모음집’은 서 교수가 이사장직을 물러나도록 결심하게 한 직접적 계기가 됐다. 39권에 달하는 이 논문집은 1945~2006년 중국에서 발표된 고구려, 발해 관련 논문 2,327편을 모은 것으로 고구려연구회의 학문적 성취를 보여주는 역작.

번역이 끝난 논문은 245편이다. 서 교수는 “요즘 고구려사 연구자들은 2002년 이후의 중국 논문만 보고 있다”며 “효과적 대응논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국이 어떤 사관에 입각해 역사를 왜곡하는지,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이 작업은 그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 교수는 앞으로 5, 6년간은 번역과 고구려사의 디지털 데이터베이스화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특히 130여개의 고구려성곽을 발로 누비며 축적한 자료를 토대로 고구려의 축성(築城) 기술에 대해 5권 이상의 책을 낼 계획이다. 한ㆍ중 경계 문제, 압록강의 하중도(河中島) 문제도 그의 관심사다. 그는 “자기 역사에 긍지가 없이 자신감만 가질 때는 교만해지지만, 역사에 긍지를 가지면 상생의 힘이 생긴다”는 말로 퇴임의 소감을 밝혔다.

고구려연구회는 발해사까지 중국사로 편입하려는 중국의 시도에 맞서기 위해 이날 학회 명칭을 ‘고구려ㆍ발해학회’로 개칭했다. 신임 이사장에는 회장인 한규철 경성대 교수가 선임됐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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