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의회 해산과 내년 1월 9일 총선 실시를 골자로 하는 민주화 일정을 발표했으나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와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진통이 예상된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11일 이슬라마바드에서 비상사태 선포 후 처음으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의회는 예정대로 15일 해산될 것이며 총선은 내년 1월 9일 이전에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현 의회 해산 시기를 감안하면 총선은 내년 1월 9일 이전에 치러야 한다”며 “선거관리위원장에게 가능한한 일찍 총선 일정을 잡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가 비상사태 해제 시기에 대해서는 무샤라프 대통령은 “비상 사태가 해제돼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이는 총선을 위한 환경 조성에 필요한 조치”라면서 “국가 비상사태가 해제될 정확한 날짜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비상 사태가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총선을 치를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여건이 성숙될 경우 군복을 벗겠다는 약속을 재차 확인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의 발표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협력해온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전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 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무샤라프 대통령은 미국이 비상 사태를 해제하고 선거를 일정대로 치르기를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우회적으로 무샤라프 대통령에 민주화 요구를 수용하도록 촉구했다. 물론 부시 대통령은 파키스탄 정부가 미국이 협력을 필요로 하는 국가라는 점을 빠뜨리지 않았다.
무샤라프 대통령의 정치일정 제시에도 불구하고 그의 진의를 의심하는 시각은 여전하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이날 별도의 정부 발표를 통해 야당과 반체제 인사 탄압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강온 정책을 병행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날 군사법원이 민간인을 재판할 수 있도록 군법을 개정해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국가 반역죄, 치안 방해 등의 혐의로 검거되는 반체제 인사 등은 민간 법원이 아닌 군사 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했다.
이번 조치는 13일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 부토 전 총리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부토 전 총리는 13일 라호르에서 이슬라마바드까지 자동차를 이용해 대규모 행진 시위를 할 예정이다.
무샤라프 태통령은 3일 국가 비상 사태를 선포하고 시위 집회 금지, 대법원을 비롯한 헌법 기관 기능 정지, 민영 TV 방송의 송출 중단 등 조치를 취해 야당과 반체제 인사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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