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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찬의 미디어 비평] 한국사회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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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찬의 미디어 비평] 한국사회의 이중성

입력
2007.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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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성의 사회. 지난 한 주 내내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각종 대형 사건들과 그에 대한 미디어의 보도 행태를 보며 필자가 내린 결론이다.

그룹 회장이 임원들에게 검찰, 국세청, 재경부 등의 권력기관에 로비를 지시했다는 삼성 전 법무팀장의 폭로는 아마도 삼성이라는 대단한 글로벌 기업의 능력을 믿어왔던 혹은 믿고 싶었던 많은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더 서글픈 것은 삼성에 대한 이런 메가톤 급 폭로에 대처하는(?) 한국 언론의 저자세다.

예를 들어 <한겨레> 가 1면 톱으로 기사를 다룬 반면, 기회 있을 때 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한국 경제의 위기를 거론한 삼성 이건희 회장의 ‘샌드위치론’을 지겹게 설파하던 <중앙일보> 는 2면이나 3면도 아닌 8면이나 12면에 관련 기사들을 아주 조그맣게 배치하는 편집을 했다.

100번 양보해 삼성과 뗄래야 뗄 수 없는 특수한 관계인 <중앙일보> 는 그렇다 치자. 지상파 방송사들은 삼성이라는 거대 광고주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MBC의 경우 지난 주 내내 삼성 관련 뉴스는 저녁 9시 메인 뉴스에서 헤드라인 뉴스로 보도되기는커녕 9시에서도 15분쯤은 지나서야 나오기 일쑤였다.

그런데 9시 메인 뉴스에서는 가을 날씨에 관한 두 개의 뉴스 꼭지 이후에야 비로소 삼성 관련 보도를 할 만큼 뉴스 가치 판단에 문제를 드러내며 소극적이고 한가한 태도를 보이던 바로 그 지상파 방송사들이, 한밤중에 방영하는 <시사 투나잇> 이나 <뉴스 후> 같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는 또 삼성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비판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아니, 헷갈리게 만든 게 아니라, 지상파 방송사의 삼성 관련 보도 행태는 자본의 힘이 밤 12시보다는 밤 9시에 더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깨우쳐 줬다는 점에서 교육적이었다고 해야 할까.

이중성으로 말하면 정치판 역시 더 하면 더 했지 재계나 언론계 못 지 않음을 한 노 정치인이 보여주었다. 경선 불복의 최대 피해자라는 바로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이기지 못해 자가당착에 빠져 추한 모습을 보이는 걸 보면 서글프다. 그야말로 이번 대선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런 혼돈 속에서도 정책 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주요 의제 설정에 앞장 서야 할 언론은 여전히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 김경준은 언제 귀국할 지 등에 대한 추측성 보도들을 쏟아내기에 바쁜 한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방송위원회의 지상파TV 중간 광고 허용과 관련해서도 우리 사회와 언론의 이중성은 그대로 드러난다. 광고 수주에서 당장 피해를 입게 된 케이블TV 업계는 당연히 반대다. 지상파 방송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주요 신문사들 역시 방송겸영을 허용하라고 떠들 때는 언제고 일제히 여론조사 결과와 외국의 사례를 앞세워 반대에 나서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수용자 주권 보호를 최우선 명제로 생각한다면 중간 광고 허용은 어떤 명분을 앞세우더라도 말이 되지 않는다. 단순히 자연스러운 시청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의 방송 프로그램 제작과 소비의 문화를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허용하지 않을 경우 프로그램 자체가 극도로 상업화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를 어떻게 방지해 나갈 것인지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수용자를 중심에 놓는 심층적 논의는 온데 간데 없고 각각의 정치적 스탠스나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른 보도만 난무하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서글픈 미디어 현실이다.

한국외국어대 언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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