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오케스트라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인 세계적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센바흐(67)가 10일 방한했다. 파리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을 위해서다.
에센바흐는 나치 점령 하의 폴란드에서 태어났다. 전쟁으로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가 된 그는 난민수용소에서 장티푸스를 앓은 뒤 실어증에 걸렸다. 수용소에서 빠져 나와 입양이 된 후에도 1년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고, 그것은 “음악이 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에센바흐는 방한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고통에서 나를 구해준 것은 음악이었다”고 말했다. “음악은 내가 말로는 할 수 없었던 내면의 고통을 표출할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음악을 통해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언어도 종교도 국경도 없는 음악은 우리에게 휴식을 주고, 인간 내면의 위대함을 발견하게 해주는 매개체입니다.”
에센바흐는 지휘자보다 피아니스트로 먼저 이름을 날렸다. 김선욱이 1위를 해 우리에게도 낯익은 클라라 하스킬 콩쿠르에서 1965년 우승했다. 그는 “지휘와 피아노는 상호보완적“이라며 “학생들에게 피아노를 연주할 때는 오페라나 성악곡, 혹은 교향곡이라고 상상하고 다양한 편성에 대해 이해하라고 조언한다”고 덧붙였다. 젊은 음악인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데도 열성적인 그는 이번 내한 중에도 한국 음악 영재와 만나고, 오디션도 연다. 그는 “경험있는 사람이 재능있는 연주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음악적 조언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의무감이 아니라 열정을 느끼기에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에센바흐는 “단원 대부분이 프랑스인인 파리 오케스트라는 프랑스 음악의 독특한 색깔과 기질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1984년 다니엘 바렌보임과 온 지 23년 만에 한국을 찾아온 파리 오케스트라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악단답게 프랑스 레퍼토리를 한 가득 들고 왔다. 11일 고양아람누리에서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을 연주한데 이어 12일 예술의전당에서는 베를리오즈의 <로마의 사육제> , 라벨의 <어미거위> 와 <라발스> ,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등 프랑스 색채가 뚜렷한 음악을 선사한다. 불새> 라발스> 어미거위> 로마의> 환상교향곡>
내년에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임기를 마치는 에센바흐는 스스로를 “호기심이 많은 남자”라며 “미래에 대해 비관하거나 두려워하는 성격이 아니므로 더 재미있고 새로운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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