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임스 캐빈 지음ㆍ김현준 옮김 / 을유문화사 발행ㆍ898쪽ㆍ3만5,000원
“쳇은 매년 더 좋은 연주를 들려주고 있었죠. 연주가 벌어지는 매일 밤마다 나는 영적으로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798쪽) 1988년 그의 무대를 본 어떤 이의 말이다. 갖가지 마약과 술로 피폐해진 재즈 뮤지션과 마지막까지 동행했던 것은 재즈뿐이었다. 그 해 59세로 암스테르담의 유흥가에서 숨을 거둔 트럼펫 주자 쳇 베이커의 삶이 책으로 거듭났다.
평범한 미국 농촌 출신으로 나라를 위해 두 차례나 군대 생활을 한 재즈 트럼펫 주자. 게다가 말쑥한 외모에 힘입어, 1950년대 그는 미국의 상징이었다. 한창때의 그에게는 트럼펫을 부는 모습을 담으려는 사진 작가들이 줄을 설 정도였다. 그에게 유달리 사진이 많은 것도 그래서다.
그는 거장은 아니다. 그러나 한창때는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당당히 겨뤘고, 흔히들 말하는 예술가적 일탈의 극을 보였다. 당시 뒷골목 풍경, 특히 헤로인 투여와 관련된 풍경이 적나라하다. 찰리 파커나 스탠 게츠 등 훗날 거장으로 추앙 받는 인물들도 그의 ‘마약 친구’였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쳇은 어쩔 수없이 중독자가 돼 갔다.
특히 쳇이 한창 떠오르던 바로 그 때, 재즈의 영웅 찰리 파커가 추락하던 모습의 생생함 등은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전성기 때 그의 거취는 미국 밖에서도 관심이었다. 체포, 수감, 감옥 생활, 출소 등 일련의 스캔들은 이탈리아 등지에서 낱낱이 보도됐고, 책 속에 용해돼 있다. 생생한 사진들이 책의 내용을 살려준다.
그는 죽을 때까지 마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암스테르담의 환락가 호텔에서 떨어져 죽었다. 출판사측은 이 책의 출간을 기념, 12일 오후 7시 30분 클래식 음반 전문 매장 풍월당에서 옮긴이 김현준씨의 진행으로 기념 음악회를 갖는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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