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비드 하비 지음ㆍ최병두 옮김 / 한울아카데미 발행ㆍ288쪽ㆍ1만8,000원
WTO 체제의 습격과 함께 신자유주의라는 유령이 한반도 상공을 배회하고 있다. 1970년대 조짐을 보이던 이 흐름은 21세기 지구적 차원으로 발호중이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를 태동기부터 짚어, 역사적으로 이해할 것을 권한다. 정책, 실물 경제, 일상에 미치는 영향 등 신자유주의를 현실적으로 분석한 여타 서적들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보이는 것은 그래서다.
지리학자이자 뉴욕시립대 인류학과 교수인 저자는 책에서 신자유주의의 기원, 세계 무대로의 확산에 대해 설명한다. 1947년 하이예크를 중심으로 모습을 드러낸 후, 80년대 레이건 정부가 IMF를 통해 뉴욕의 재정 위기를 관리함으로써 줄기차게 행군해 오고 있는 신자유주의를 쭉 따라 간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물론 현대 중국, 9ㆍ11 사태나 이라크 문제까지 책의 대상에 포함된다. 2003년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에 대해 발표한 규정은 신자유주의를 훌륭히 설명해 준다.
공적 기업의 완전한 민영화, 외국 회사들을 위한 국가적 대우, 모든 무역 장벽의 제거 등이 담겨져 있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를 두고 “자본주의적 꿈의 정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신자유주의적 국가로 일신한 것이다.
미국은 신자유주의를 신보수주의로 확대 재생산했다. 기업 권력, 민간 기업, 계급 권력의 회복 등의 현상으로 이어진 신보수주의는 결국 강력한 군산 복합체로 귀결됐다. 일본으로 흡수된 그 모델은 4인방(한국ㆍ대만ㆍ홍콩ㆍ시가포르)으로 이식된다.
책은 95년 멕시코의 ‘테킬라 위기’로 촉발된 금융 위기가 복제돼 나간 상황을 분석한다. 이어 한국에 대해 한 단락을 할애, “월 스트리트_미국 재무부_IMF 연합으로 노동력이 비정규화ㆍ유연화되고 소수 부유층이 부상함으로써 계급 대립이 첨예화되는 전조가 제공됐다”고 분석한다. 신보수주의적 권위주의로 나아가는 미국의 신자유주의가 전도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고귀한 자유의 쟁취를 언급하는 것으로 책은 끝을 맺는다.
책을 옮긴 최병두 대구대학교 사회교육학부 교수는 “신자유주의는 경제의 총량을 늘리지 않고 기존의 부를 세계적ㆍ사회적 차원에서 재할당했을 뿐”이라며 “책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실천 방안으로, 개인의 자각과 적극적 저항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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