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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쏟은 기술 USB하나로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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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쏟은 기술 USB하나로 '꿀꺽'

입력
2007.11.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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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 근무 당시 개발한 담수(淡水) 발전 플랜트 핵심 기술을 이직한 STX중공업에 유출한 혐의로 구속(본보 9일자 10면)된 전 두산중공업 고위 임원 2명 외에도 핵심 간부들이 STX중공업 해당 사업부의 부사장, 전무 등 임원으로 자리를 옮겨 기술을 빼돌린 것으로 검찰수사결과 드러났다.

9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부장 이제영)에 따르면 구속된 STX중공업 산업플랜트부 사장 구모(61), 상무 김모(54)씨 외에도 두산중공업 담수발전 부서의 수주ㆍ영업 담당 임원, 실무 과장 등 3명 모두 STX중공업 산업플랜트부의 부사장, 전무, 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의 사건 가담 정도가 낮아 입건만 하고 구속영장은 청구하지 않았다.

두산중공업에서 24년간 일하다 올 4월 비상임고문으로 퇴사한 뒤 6월 STX중공업 사장으로 이직한 구씨는 담수 관련 핵심 영업비밀인 다단증발법(MSF), 다중효용증발법(MED) 등의 설계프로그램 등 184건의 자료를 개인용 USB메모리와 STX중공업의 업무용 컴퓨터에 저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25년간 일한 두산중공업을 그만 둔 다음 날 STX중공업에 입사한 김씨는 두산 재직시 갖고 있던 비밀기술 173개가 든 USB메모리를 퇴직하면서 제출하지 않고 빼낸 혐의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들이 두산중공업에서 이직한 전 직원들과 일을 공모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구씨 등이 두산중공업에서 빼낸 자료를 이용해 수주액이 2조원에 이르는 사우디아라비아 라빅지역의 담수사업인 ‘라빅프로젝트’, 1,500여억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발전 사업 참여계획을 추진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이들로부터 확보한 프로젝트 입찰 제안서에는 두산중공업 자료에 있던 데이터를 그대로 인용하거나 회사 이름이 수정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사업을 시작한 지 2개월 정도 밖에 안된 신생업체가 경쟁사의 20여년에 걸친 노력의 결과물을 아무런 노력없이 그대로 도용하고 시장경쟁의 공정성을 저해한 중대한 범죄”라고 밝혔다.

두산중공업 측은 구씨 등이 빼돌린 기술에 대해 “독자적으로 즉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7,000억원의 가치가 있으며, 관련 기술 축적을 위해 30여년간 쏟아부은 투자금액 및 노력을 환산하면 그 가치는 더욱 커진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TX중공업 측은 “해당 기술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으며, 구모 사장 등은 영업비밀을 빼돌리지도 않았다”며 “회사와 이들 사이의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행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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