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남북 정상회담서 합의된 종전선언을 위한 관련국간 정상회담 추진이 갈수록 누더기가 되는 듯한 느낌이다.
방미중인 송민순 외교장관은 7일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이 문제를 설명하는 데 각별히 공을 들였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다.
‘특정시점에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 정치적 추동력이 필요할 경우, 정상급(top level) 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는 내용이 합의사항으로 발표됐다. 외교무대에서 수사적 표현이 등장하는 것은 다반사지만 이렇게 모호함으로 가득 차 있는 합의를 보는 것도 쉽지 않다.
종전선언이라는 개념은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한 정치적 추동력’이라고 장황하게 표현됐고, 정상회담도 ‘정상급’으로 바뀌었다. 국내에서 논란을 빚었던 시기의 문제도 한반도 평화협정의 ‘입구’냐 ‘출구’냐 라는 논란을 피해 특정시점이라는 표현으로 얼버무렸다.
8일 송 장관과 워싱턴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송 장관은 “정상급이 반드시 최고 정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어느 정도 수준에서의 정치적 추동력을 추구할 지는 앞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정상들이 반드시 만나서 종전선언을 할 필요가 없고, 당사국들의 의지표명 만으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쯤 되면 ‘종전선언을 위한 정상회담’이라는 취지는 흔적을 찾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관련국의 입장과 처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정치적 의욕만을 앞세워 무리하게 이뤄진 남북간 합의를 뒷감당하려는 데서 빚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한국 ‘최고 정상’과 코드를 맞추는데 애써 온 송 장관이 ‘한반도 비핵화’의 우선순위를 강조하면서 정권말기에 균형잡기를 시도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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