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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EBS 공동 논술기획/ 좋은 예술과 나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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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EBS 공동 논술기획/ 좋은 예술과 나쁜 예술

입력
2007.11.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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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

제시문 (가)와 (나)의 내용을 참고해 제시문 (다)에서의 철거논쟁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논술하시오.(1,500자±100자) (*단 자신의 입장에 대해 예상되는 반론과 이에 대한 자신의 재반론을 포함하시오.)

<제시문>

(가) (.....)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해되지 않더라도 훌륭한 예술일 수 있다는 주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당하지 않다. 더욱이 그러한 주장의 해로운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생각 속에 너무도 당연스레 자리잡고 있어서 이제는 그 불합리성을 충분히 밝혀낼 수조차 없게 되었다.

우리는 평판이 자자한 예술 작품에 대해, 그것은 매우 우수하지만 이해하기는 무척 어렵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우리는 이런 말들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훌륭한 예술 작품이기는 하지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맛이 좋은 음식이지만 사람들이 먹을 수 없다는 것과 똑같은 말이다.

보통 사람들은 비꼬인 미각(味覺)을 가진 식도락꾼들이 즐기는 썩은 치즈나 악취를 풍기는 뇌조(雷鳥; 꿩고기) 따위 음식을 좋아할 리 없지만, 모든 사람들의 비위에 맞는 빵이나 과일에 대해서는 비로소 그 맛을 즐길 수 있다. 예술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사도(邪道)의 예술은 사람들에게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훌륭한 예술은 반드시 만인에게 이해되는 법이다.(.....) -톨스토이, [예술이란 무엇인가]

(나) 20세기에 속하는 이론으로서 형식주의의 의미는 그것이 반대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지적함으로써 가장 잘 보여질 수 있다. 그것이 반대하는 것은 곧 재현으로서의 예술, 표현으로서의 예술, 진리 또는 지식, 또는 도덕적 개선, 사회적 개혁의 수단으로서의 예술이다. 형식주의자들은 예술이 이러한 일들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을 위해 예술이 이루어진다면 예술의 진정한 목적은 괴멸된다고 믿는다.

‘인생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예술을 위한 예술’이 형식주의의 표어이다. 예술은 향유되기 위해서, 맛보여지기 위해서, 선과 색채, 음악적 음향 언어들의 복잡 다단한 배열과 그 모든 것들의 결합을 지각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이러한 매체들을 수단으로 해서 세계 속의 대상들이 재현될 수 있고, 인생으로부터 얻어지는 장면들이 묘사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예술의 주요한 목적으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즉, 예술은 색채, 음향, 그리고 예술 매체 속에 포함되는 그 밖의 항목들을 그것 자체를 위해 제시하는 것에는 적합해도 줄거리를 이야기하거나 세계를 재현하는 것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순수한 형식의 영역 안으로 들어서는 대신, 생활의 감정들과 상황들로 자신을 되돌리기 위해서 예술을 이용한다. 이러한 감상자들은 순수한 미적인 경험이라는 신선한 세계로 몰입해 들어갈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쳐버리고 작품으로부터 오로지 자기들이 실어다 놓은 것만을 얻어낸다. 즉, 그들은 자신들에게 익숙한 경험들과 정서들을 환기시키려고 작품을 이용한다.

대부분의 형식주의자들은 일차적으로 시각 예술에 주목해 왔다. 그리고 시각 예술의 감상을 위한 전제 조건은 형식과 색채에 대한 감각과 삼차원적 공간 인식이라고 그들은 생각한다.

외부적인 지식을 다 덜어 내어 외부적인 개념들로부터 깨끗해진 두 눈을 가지고 그림에 다가감으로써, 감상자는 그림이 그의 시각에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것들, 형식들과 색채들의 복잡한 배열들을 응시할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들로 인해, 그러한 시각 예술품들은 감상자에게 생활의 정서들과는 아주 색다른 정서들로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 (.....) - [고교 철학 교과서(대한교과서)]

(다) 서울 강남의 포스코 건물 앞에는 한 사연 많은 조형물이 서 있다. 현대 미술의 세계적 거장 프랭크 스텔라의 '꽃이 피는 구조물'(또는 '아마벨')이 곧 그것이다. 그러나 아마벨은 계속해서 많은 논란에 휩싸여 왔다. 바로 폐기 처분시켜 버리는 것이 마땅해 보이는 30톤짜리 고철 덩어리와 같은 것이 주변의 건물뿐만 아니라 도시의 미관을 훼손시킨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주변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나 출퇴근 길의 시민들도 많은 불만을 토로했다.

심지어 일부의 미술 전문가들 역시 환경 조형물 자체가 공중과 공공 환경을 위한 것이므로 그 같은 시민들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한다며 철거에 찬성할 정도였다. 물론 다른 전문가들은 일인 시위까지 벌이면서 아마벨의 예술성을 높이 평가해 철거에 극력 반대했다.

*제시문 전문, 제시문 분석 전문 및 논제 분석 전문은 EBSi 논술방(www.ebsi.co.kr)에 게재

<제시문 분석>

(가) 톨스토이의 예술관을 우리는 보통 ‘표현주의’라고 지칭하는데, 즉 예술가는 자신의 체험과 정서, 사상을 작품에로 표현해 내어 감상자에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같은 책 속에서 톨스토이는 예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신 속에 예전에 경험했던 감정을 상기시키고, 그리고 상기시킨 후에 움직임, 선, 색, 소리를 통해, 그리고 단어로 표현된 이미지를 통해 상기된 감정을 다른 사람도 동일한 감정을 경험하게끔 전달하는 것- 예술 활동은 이 속에 존재한다.” 톨스토이는 예술에 대한 이러한 견해를 바탕으로 삼아 상류 계급의 예술, 즉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예술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예술만이 훌륭한 예술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나) 제시문 (가)에서 살펴본 ‘표현주의’를 거부하고 새롭게 예술을 바라보는 입장인 ‘형식주의’를 소개한 글이다. 형식주의에서는 미적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유의미한 형식을 모든 예술 작품의 공통된 성질로 간주함으로써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작품 속의 순수한 형식 속으로 들어가 순수한 미적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까지 예술작품의 외연이 넓어지게 된다.

(다) 프랭크 스텔라의 조형물 ‘꽃이 피는 구조물(아마벨)’이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강남 선릉역근처 포스코 건물 앞에 세워진 후 이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을 전하는 글이다. 그 중 한 입장은 도시 미관을 훼손하는 흉물스러운 고철덩이 조형물을 즉각 철거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다른 입장은 높은 예술성과 상징성을 갖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대로 둬야 한다는 것이다.

<논제 분석>

철거논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주의나 형식주의적 견해에 근거해 정당화하라는 것으로서, 단순히 제시문의 분석과 이해를 넘어 그것을 바탕으로 현안문제에 자신의 견해를 재구성하라는 문제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현안문제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최종결론에 다다르기를 요구하고 있다.

즉, 이 문제에 있어서 출제의도의 핵심은 적절한 모든 관점(찬성과 반대 등)에서 문제를 고찰한 결과에 근거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지를 측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입장과 반대되는 입장에 대해서도 공평한 기준을 적용하여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논제에 대한 접근 방식>

논제에서 다루고자 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예술이란 무엇인가?’이다. 그리고 논제의 궁극적인 요구사항은 ‘아마벨’이라는 조형물에 대한 철거 논쟁과 연관지어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라는 것이다. 따라서 철거논쟁에 직접 뛰어들어 그 속에서 어느 한 편에 섬으로써 논의를 끝내는 것보다는 철거논쟁과는 약간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제시문(가)와 (나)의 내용과 관련된 ‘예술’의 정체성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탐구로써 글의 주조를 이루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러한 탐구의 결과를 철거논쟁과 연관지어 결론으로 도출하는 것이다.

<예시 개요>

도입1 : 철거논쟁 개요

도입2 : 철거논쟁의 핵심 :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상반된 견해

전개1 : 표현주의와 형식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

전개2 : 입장 선택 및 철거논쟁에 대한 논증 구성

전개3 : 예상 반론 및 재반론

정리 : 철거논쟁에 대한 자신의 입장 정리

염재철·EBS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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