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과연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전 총재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가 어느 쪽을 향해 미소짓느냐에 따라 대선 판세가 요동을 칠 수 있다.
섣불리 예단하긴 어렵지만 대체적인 전망은 “박 전 대표가 대의 명분에 어긋나는 선택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측은 이 후보측 뿐 아니라 박 전 대표 측근들에게서도 나온다.
박 전 대표 한 측근도 9일 “정치는 대의 명분이고, 박 전 대표가 입장을 밝힌다면 당연히 경선에서 선출된 이 후보를 돕겠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시점과 협력 강도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우선 박 전 대표가 시간을 끌지 않고 적극적인 이 후보 지지 표명을 한다면 이 후보는 대세론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고, 이 전 총재는 하락세로 돌아 설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도 원칙과 명분을 지킨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고, 이 후보와의 정치적 동반자 관계를 다지며 ‘대선 공로’의 현실적인 명분을 쌓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에 대한 원칙적 지지에 그치는 시나리오인데 현재로선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경우 이 후보는 만족스럽진 않지만 한 숨 돌릴 수 있고 이 전 총재는 추가 상승 기회가 힘들어 질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보수 분열은 안 된다”는 명분으로 이 후보와 이 전 총재간 단일화를 강력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명분을 중시하는 박 전 대표 스타일로 볼 때 매력적인 카드이다. 그러나 역으로 이 후보와의 깊은 신뢰 관계 형성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대선 이후의 상황도 불투명해진다.
박 전 대표가 상당히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며 중립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박 전 대표측 일각에선 후보 등록 마지막날인 26일까지 침묵의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럴 땐 이 후보와 이 전 총재가 박 전 대표 협력을 얻기위한 피말리는 싸움을 지속할 수 밖에 없다. 이 후보와 박 전 대표측간 갈등은 지속되고, 대선 정국 불확실성이 증폭될 우려도 있다. 동시에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여론의 압박은 물론 당내에서도 “해도 너무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론이 일 것으로 예측된다.
박 전 대표가 어느 시점에서 이 전 총재의 손을 들어주는 상황도 상정할 수 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해 정권교체가 어려워 질 수 있는 상황이 왔을 경우다. 이 때는 한나라당이 분열되고, 이명박-이회창간 치열한 싸움이 전개될 수 있다. 그러나 당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높여 줄 길을 두고, 명분 없는 이 전 총재를 선택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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