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다 외 지음ㆍ이영림 외 그림 / 푸른책들 발행ㆍ216쪽ㆍ9,500원
요즘 잃어버려 아쉬운 것 한 가지를 꼽자면 어른과 아이를 교감하게 해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인터넷도, DVD도, TV도 없던 시절 천방지축 동네를 뛰어다니다 온 아이들을 환영하는 것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잠들 때까지 TV를 끼고 살던 기범이. 어느날 기범이는 아랫층 아줌마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괴물 나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얼굴도 모르지만 기범이는 아줌마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고 매일 밤 ‘책읽기 귀동냥’을 즐기게 된다. 우연히 아줌마 집에 도착한 우편물을 열어본 기범이. 놀랍게도 그것은 아줌마가 쓴 동화 ‘나모의 모험’의 출판을 거절하는 출판사 편집장의 편지였는데….
기범이가 들려주는 나모의 모험이야기에 재미들린 친구들이 출판사 홈페이지에 항의의 글을 올리면서 이야기는 반전된다. 알고보니 출판사 편집장은 ‘반항아들과 어울려 다니는 주인공과 어른들의 말을 듣는 착한 아이들을 괴물로 그린’ 동화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다른 출판사에서 책이 출판되자 동시에 출간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대신 ‘나모의 모험’ 을 사기위해 서점으로 몰려드는 아이들의 모습은 사람의 입에서 귀로 전달되는 정겨운 ‘이야기’의 위력을 보여주는 것 같아 정겹고도 속시원하다.
<지구를 떠나며> 는 이야기의 힘을 실감케 해주는 ‘책 읽어주는 아줌마’를 비롯, 한 부모 가정 아이들의 일상탈출 욕구를 묘사한 표제작 ‘지구를 떠나며’, 어리숙한 소년과 병든 할머니 사이에 싹트는 정(情)을 소재로 한 ‘바보 문식이’ 등 6편의 푸른문학상 수상동화들을 한데 묶은 동화집이다. 요즘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동화들이라 할 수 있다. 지구를>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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