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 만점인 스도쿠(겹치지 않는 숫자라는 뜻) 게임의 규칙은 이렇다. 가로 세로 9칸씩 있는 바둑판처럼 생긴 판 가로 세로 모든 줄마다 1부터 9까지 숫자를 한 번씩만 적어 넣는데, 가로 세로 세 칸씩 나눠서 생기는 아홉 개의 정사각형 안에도 1부터 9까지가 한 번씩만 나와야 한다. 단 여기에는 장애물이 있는데 보통 이삼십 개의 칸에는 벌써 숫자가 들어 있다.
규칙을 생각해보면 꼭 숫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고 어떤 가로줄이나 세로줄에도 초등학교 1학년 학생부터 중학교 3학년 학생까지 모두 서 있도록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아홉 개 정사각형에 아무런 조건도 없으면 그것을 라틴방진이라 부르는데 조선시대 영의정을 지낸 문정공(文貞公) 최석정(崔錫鼎)과 스위스의 수학자 오일러가 각각 발견했다. 최석정의 <구수략(九數略)> 을 보면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아홉 개 정사각형에 그럴듯한 규칙을 주려고 노력했던 기록이 나온다. 고대에는 가로나 세로 어떻게 읽어도 항상 같은 내용이 나오는 라틴방진을 악귀 쫓는 부적이나 비밀단체의 상징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구수략(九數略)>
스도쿠로 영업을 하는 회사도 많은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가능한 스도쿠의 수가 50억 개나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게임만 보고는 쉬운지 어려운지 판단하는 좋은 방법이 알려져 있지 않다.
펜을 손에 쥐고 도전해보기 전에는 밤을 새워야 하는지, 기차가 고향에 도착하기 전에 풀 수 있는지 모른다. 어려운 정도를 판단하는 방법은 컴퓨터로 프로그램을 돌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살펴보거나 사람이 끝까지 풀어보는 것뿐이다.
숫자가 많이 주어졌다고 더 쉬워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손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퀴즈에 응모해 경품을 받은 수학자도 있기는 하다. 행여나 오해하는 독자가 있을까 봐 말하는데 필자는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다.
수학자가 스도쿠 게임을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것은 4 x 4 판에 1부터 4까지 숫자 그리고 가로, 세로 2칸씩 나누어 얻는 네 개 정사각형일 것이다. 또는 6 x 6 판에 1부터 6까지 숫자 그리고 2 x 3 형태의 직사각형일 것이다. 그것은 이미 <스포츠한국> 에도 매일매일 ‘두뇌 트레이닝’이라는 이름으로 나오고 있다. 스포츠한국>
조금 더 진지하게 살펴보면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가만! 이거 해답이 있기는 있는 거야? 스도쿠 회사에서는 해답을 확인해 봤을 테니까 신문에 나오는 것은 물론 해답이 있을 것이다. 해답이 없는 문제를 만들어 친구에게 주면 나쁜 사람이니까 그런 장난은 하는 것이 아니다.
다음으로 해답이 신문 귀퉁이에 인쇄된 것 하나뿐일까 하고 생각한다면 논리적인 사고능력이 상당히 높은 사람이다. 각종 신문을 보면 아무리 어려운 스도쿠라도 처음에 준 숫자의 개수가 17개 이상임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아직까지 아무도 16개만 주어진 상태에서 해답이 하나만 나오는 게임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구든 그렇게 만들 수 있다면 표 하나만 달랑 인쇄한 한 페이지짜리 수학 논문을 해외 학술지에 발표할 수 있다.
경기도 교육청은 대단히 창의적인 스도쿠 문제를 중학생 수학경시대회에 출제한 적 있었다. 스도쿠의 해답은 여러 개지만 어떤 위치에는 반드시 단 하나의 숫자만 들어가야 하는, 수학자를 미소 짓게 만드는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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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근 한국과학기술원 수리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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