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쟁취를 둘러싼 여야당의 대립으로 진통을 겪고있는 일본 정치가 중의원해산 및 총선 정국으로 급격하게 치닫고 있다. 상황이 연말 연시의 총선실시 쪽으로 급반전, 자민당과 민주당은 한판 승부를 벼르며 투지를 불사르고 있다.
자민ㆍ민주당의 대연립소동으로 사의를 표명했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는 7일 기자회견에서 사퇴 번복을 선언했다.
오자와 대표는 “정치생명을 총선에 걸기로 결심했다”며 “다시 한번 대표직을 맡아 최후의 결전을 맞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오자와 대표는 “자민당과 대연립은 없고 신 테러대책특별조치법안에 반대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권 운영에 곤란을 겪는 자민당과의 연립 등 정계개편 가능성을 차단하고, 여당의 최우선 과제인 신특조법 반대를 분명히 한 것이어서 파장이 크다. 민주당이 총선 승리를 위해 본격 ‘전투모드’로 전환했음을 알리는 것이다.
참의원 선거 참패 이후 오자와 대표와 민주당에 저자세를 보여온 자민당은 대연립소동 이후 태도가 급변했다. 소동의 최대 피해자는 민주당이라는 판단에서 중의원해산과 총선도 불사하는 강경 자세로 전환하고 있다.
현재 정국의 최대 시한폭탄은 신특조법이다. 그동안 자민당은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중의원에서 이 법을 가결하더라도 참의원에서 부결될 경우의 대응에 고심해 왔다. 중의원 우위의 규정상 중의원에서 법안을 재가결 하면 되지만, 참의원에서 이를 명분으로 총리 문책결의안을 채택할 경우 중의원을 해산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달라졌다. 참의원에서 참패하면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치르는 일본의 정치관행에도 불구하고 가능하면 해산을 늦추려 해왔던 자민당이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 주도권을 획득한 것이다.
이점은 민주당도 잘 알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사장은 8일 “(민주당의 타격 때문에) 정부여당으로서는 중의원해산과 총선 시기가 지금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며 “연내 총선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신특조법안 채택을 위해 임시국회 기간을 35일 연장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는 8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이번 국회에서 신특조법안을 가결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자민당과 민주당이 법안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한다면 중의원해산과 총선은 이르면 올해 안에, 혹은 내년 초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 된 것이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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