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8일 전격 사퇴한 것은 박근혜 전 대표측과의 당내 화합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이회창 전 총재가 당을 뛰쳐나가 무소속 출마한 상황에서 이 후보측으로선 박 전 대표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 최고위원의 퇴진을 놓고 캠프 내부에서 조차 찬반 양론으로 의견이 갈렸다. 특히 “이번에 물러서도 박 전 대표측이 당권ㆍ대권 분리론 등 새로운 요구를 계속해 올 것”이라는 퇴진반대론도 나름의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퇴진론이 무게를 얻어갔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이 최고위원의 사과를“사과로 보지 않는다”며 사실상 사퇴를 종용한 마당에 달리 박 전 대표의 마음을 돌릴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시간을 끌면 끌 수록 당 화합은 더 어려워지고, 자칫‘우유부단하다’‘, 갈등해결 능력이 없다’는 비판으로 이 후보의 리더십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자신이 직접 나서 최측근을 낙마시키는 것을 부담스러워한 듯하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의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야전에서 선거를 지휘해 온 이 최고위원을 강제로 주저앉힐 경우 조직 내부 후유증도 만만찮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에 따라 원로그룹들을 중심으로“스스로 판단할 문제지만 걱정”이라며 용퇴를 압박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버티던 이 최고위원은 결국‘자기 희생’을택했다. 이 최고위원의 측근인 진수희 의원은“이 후보에게 더 이상 부담을 줄 수 없다는 판단에서 사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보 측은 이 최고위원 사퇴를 계기로박전 대표가 적극 협력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
“이제 박 전 대표에게 공이 넘어갔다”는 것이다. 어려운 결정을 한만큼 박 전 대표도 화답해야 할 차례라는 것이다.
박형준 대변인은“박전대표 측도 아름다운 경선 승복 자세로 돌아가서 적극적으로 이 후보 당선에 도움 되는 일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이 사퇴 성명에서 박 전 대표를 직접 언급하며“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각급 필승결의 대회에 참여해 달라”고 요구한 것도 같은 차원이다. 이 후보 측은 당장 12일 있을 대구 지역 필승 결의대회부터 박 전 대표가 참석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 때를 시발로 해서 가시적인 협력을 이끌어 내겠다는 심산이다.
한편 이 후보는 사실상 막후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해 온‘6인회의’ 해체를 지시한 것으로알려졌다. 이 후보와 이상득 국회부의장, 최시중전한국갤럽 회장, 박희태 ^김덕룡 의원, 이 최고위원 등 6명이 멤버인 6인회의는 인사와조직 등 각종 중대사를 결정해 왔다. 6인회의는 이 최고위원의 2선 후퇴로 더 이상 유지가 어려웠지만‘밀실정치’ 비판을 우려한 측면도 있다는 후문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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