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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몽골·랴오닝성 조선족 학교 살리기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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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몽골·랴오닝성 조선족 학교 살리기 현장을 가다

입력
2007.11.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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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민족의 역사는 단군의 고조선으로부터 시작돼…”

수업을 진행하기 전 조선민족의 역사를 말해보라는 선생님의 말에 한 학생이 일어나 또박또박 한민족의 역사를 말한다. 고구려의 안시성에서 당나라의 l0만 대군을 무찌른 것 또한 조선민족의 역사라며 줄줄 이어 나오는 학생의 말에 학생들과 참석자들이 박수를 보낸다.

“설날, 한식, 단오, 추석입니다. 5월 5일입니다.”

민족의 4대 명절이 무엇이냐, 단오가 언제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학생들은 종이에 답을 써 들어 보이며 외친다.

한국의 어느 학교 모습이 아니다. 멀리 내몽골 우란호트시 조선족중학교와 중국 료녕성 심양시 조선족 제4중학교의 민족문화수업 모습이다.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이들 학교에선 동북아평화연대와 KTF의 지원으로 민족문화를 전문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인 ‘한민족문화교실’ 5호와 6호가 문을 열었다. 한민족문화교실은 ‘ 급감하고 있는 중국 내 조선족학교의 민족문화교육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마련된 사업’ 이라는 것이 동북아 평화연대 신상문(40)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조선족 학부모들이 일자리를 위해 도시와 해외로 나가면서 점차 인구가 줄어든 농촌의 조선족 학교들은 대부분 폐교되고 있습니다. 학교가 줄어들다 보니 거리가 멀어져 가까운 한족 학교로 보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구나 중국 내 조선족 역사가 100년을 넘어서면서 부모들도 한국말을 점차 잊고 자녀를 아예 중국인들이 다니는 한족 학교로 보내기도 합니다.”

료녕성 교육청 이종태(57) 민족교육처장은 위축되는 조선족 교육에 걱정스레 말을 꺼내놓는다. 중국전체 조선족 학교는 90년대 초 1,500여 개에서 2005년엔 461개까지 급감했다. 그간 조선족 학교는 중국에서 우리 민족의 문화를 지키고 알려나가는 가장 큰 기반이었지만 그 수가 급감해 큰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학교의 경우 70%이상의 학생들은 학부모 중 한명이 돈벌이를 위해 밖으로 나간 편부모 해체 가정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아이들이 가정교육을 통해 민족문화를 배울 수 없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 고유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조선족학교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평소 잊혀지는 민족문화가 안타깝다는 심양시 조선족 제4중학교 박정남(43) 교장은 민족문화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조선족 학교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중국내 시골 학교에선 교원 수급에도 문제도 생기고 있다. 우란호트시 조선족 중학교 고광재(43) 교장은 ‘교원을 할 사람들이 대도시로 가던지 유학을 간 후 돌아오지 않아 교원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

한족 선생님을 채용해 중국인들의 한어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며 약화된 조선족 학교의 위상을 안타까워 했다.

하지만 이런 조선족 학교 사이에서도 점차 긍정적 변화의 모습도 보이고 있다. 도시 학교의 경우 정부의 지원을 받아 시설이 개선되고, 한족 학교로 떠났던 학생들이 민족교육을 강화하는 조선족 학교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류 영향 등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기 위해 한족 학생까지 조선족 학교로 진학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중국에서는 많은 교육 기관들이 개방과 경제성장을 통한 경쟁시대에서 살아 남기 위해 자신들만의 고유특성을 개발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조선족 학교들은 민족교육을 통해 한민족만의 특성을 개발한다는 목표아래 이들 중국 교육기관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선족 학교는 중국땅에서 민족문화 정기 찾기의 출발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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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양, 우란호트(중국)=글·사진 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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