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목표치가 3개월째 동결됐다. 지금의 불안한 국제 금융시장이 우리 경제에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물가 쪽에서는 상승 압력이, 경기 쪽에선 하향 위험이 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지 않는 한, 금리 인상(물가상승 압력)과 인하(경기하향 위험) 요인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통화당국이 적어도 수개월간 콜금리에 손을 대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1월 콜금리 목표치를 연 5.0%로 동결한 뒤 "유가 급등 등으로 향후 수개월간 물가상승률은 3.0~3.5%에서 움직이게 될 것"이라며 "물가 움직임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는 2.5~3.5%. 지금까지 목표 범위 아래 쪽에서 관리돼 왔다면, 이제부터는 물가안정 목표를 넘어서진 않더라도 목표 범위 위쪽에서 불안한 상태가 지속될 거라는 의미다.
10월 소비자물가는 이미 3.0%로 치솟았고, 선행지표 격인 10월 생산자물가도 전년 동월 대비 3.4%(전월비 0.3%) 치솟으며 1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좀처럼 줄지 않는 유동성도 부담스럽다. 이 총재는 "9월 이후 미세하지만 유동성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며 "하지만 충분한 정도의 감속은 아니며 아직은 불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물가 상승세나 유동성 증가세를 감안하면 콜금리 추가 인상을 검토해 볼 수도 있겠지만, 외부 요인에 의한 경기 둔화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이 문제다. 이 총재는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 않으면서 경기하향 위험으로 작용하고 있어 거시경제 전체 흐름이 상당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달에 이어 이 달에도 발표문에 향후 통화정책 운용 방향을 시사하는 표현을 담지 않았다. '무언(無言)'은 당분간 정책금리 수준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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