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에 남북총리회담이 열린다. 10ㆍ4 남북정상 선언에 합의된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향후 일정을 논의한다. 정상 간 합의문에 '1차' 총리회담이라고 명시되어 있는 점이나 합의 이행을 위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서 볼 때, 이번 총리회담은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지속성과 안정성을 갖게 될 것이다.
● 경제 집중해 다룰 가능성 높아
정상회담의 성과를 계승하고 구체화하기 위해 많은 의제들을 논의해야 하지만 서두른다는 인상을 줄 필요는 없다. 2000년과 달리 2007년 정상회담은 임기 말이라는 특성 때문에 다음 정부와의 연속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때문에 무리하게 서두를 경우 다음 정부에 부담을 준다는 비판에 노출되어 있다.
그렇다고 다음 정부를 의식해서 합의 이행에 마냥 손 놓고 있어서도 안 된다. 따라서 이번 총리회담은 서두르지 않으면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은 확실히 챙기는 태도로 임해야 한다.
이번 총리회담은 1991년에 있었던 고위급 회담과 형식과 내용 면에서 상당히 다르다. 당시엔 남북 총리가 정치ㆍ군사 부문을 포함해 포괄적인 의제를 협상했다.
그 결과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남북관계 전반을 다룬 '기본합의서'가 도출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총리회담에 나오는 북측 김영일 총리는 당시 연형묵 총리와 달리 군사 부문에 대한 권한이 없다.
1998년 개정된 북한 헌법에 따라, 그리고 북한의 선군정치 특성에 따라 지금 내각 총리는 경제사업 전반을 책임지는 지위이고 국방과 관련된 인민무력부장은 내각 산하가 아닌 국방위원회 산하로 되어 있다.
국방부까지 포괄적으로 업무 조정할 수 있는 남측 총리와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따라서 이번 총리회담에서는 군사 분야를 심도 있게 논의하기 힘든 현실이다.
결국 총리회담은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총괄적인 협의기구이지만 주로는 경제 관련 의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역시도 부총리급 경제협력공동위원회가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총리회담에서는 큰 틀의 원칙과 방향을 합의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경협공동위에서 논의될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남북총리회담은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한 남북관계 전반의 총괄 기능과 함께, 주로는 경협 관련 핵심 의제를 진전시키면서 국방장관 회담이나 경제공동위에서 논의되지 않는 기타 의제들을 다룰 가능성이 높다. 즉 총괄기능과 고유기능을 동시에 가지게 되는 셈이다.
이번 총리회담을 앞두고 북측은 상당히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경협과 관련해서는 합의이행이 속도를 내고 있기도 하다. 백두산 관광이 구체적인 합의를 보았고 조선협력을 위한 남측 실사단이 현장을 방문했으며 농업협력을 위한 실무회담도 이미 개최되었다.
북미관계 진전과 핵 문제 해결 흐름에 따라 북측이 남쪽과의 경제협력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총리회담은 정상회담 합의 이행의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구체적으로는 경제 분야의 의미 있는 진전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서해협력' 별도회담 제안할 만
그러나 여기에만 머물 수는 없다. 북이 원하지 않더라도 군사 분야의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북측 대표단에 군 인사가 포함되지 않고 북측 총리가 군사 관련한 합의를 도출하기 힘든 게 사실이지만, 이를 감안해 경제협력의 핵심 합의사항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별도 회담을 제안해 볼 만하다.
서해협력은 경제 분야뿐 아니라 군사 분야가 종합적으로 논의되어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회담 틀을 구성할 경우 자연스럽게 군이 포함될 것이고 경제와 군사가 결합되면 논의가 훨씬 실용적이고 생산적일 수 있다.
국방장관 회담에서의 민감한 의견대립의 가능성을 미리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총리회담뿐 아니라 다른 회담까지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입체적 전략이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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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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