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교수가 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고 “현직 판사들을 죽이고 싶다”는 내용의 책을 발간, 대법원장 등 판사들에게 보낸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장인 선재성 부장판사는 7일 두툼한 책 한 권이 들어 있는 뜻밖의 소포를 받았다. 책에는 ‘아! 현직 판사들을 죽이고 싶구나’라는 섬뜩한 제목이 씌어 있었다. 무슨 영문인지 몰랐던 선 판사는 책을 펼쳐보는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책에는 지난해 행정소송을 냈다 각하를 당한 전남대 유모(61) 교수가 “엉터리 판결”이라며 판결문과 답변서 등을 싣고 판사와 사법부를 강력 성토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유 교수는 이 책을 모 출판사에서 50부를 발간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 교수는 “2002년 1월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1년간 교환교수를 마치고 귀국한 이후에도 1년6개월간 방학을 이용해 미국에서 연구활동을 했다”며 인사기록 카드에 이 사실을 기재해 줄 것을 대학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대학측이 “1년6개월 연장기간은 정식 교환교수로 볼 수 없다”며 거부하자 총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선 판사는 “인사기록 기재 여부 등은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어 행정소송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각하했고,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도 이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그러나 유 교수는 행정소송이 모두 각하되자 지난달 초 전남대총장과 부총장, 국가 등 6명을 상대로 2억8,000만원의 피해배상을 하라며 순천지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을 둘러싸고 대학총장 등이 “유 교수가 딸을 특례 입학시키기 위해 인사기록 카드에 교환교수 경력을 기재해 줄 것을 요구한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피고측 변호인 주장만 받아들인 법원도 엉터리 판결을 내려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이유였다.
유 교수는 지난해 소송 각하의 부당함을 알리고 사법부의 개혁을 촉구하는 책 ‘아, 변호사 판사도 웃기는구나’와 ‘전효숙 헌법재판관은 억울했다’를 발간하기도 했다.
순천=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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