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일본인 남자 대학생(23)이 무장세력에게 납치된 지 7일로 한 달이 됐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한국인 피랍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나라의 기자로서 이번 사건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사건이 일본 국내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국 대학생이 위험 지역에서 납치됐는데도 그동안의 언론 보도는 웬만한 국내 사건보다도 작게 다뤄졌다. 일본 정부의 대응에서도 적극성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국민들은 사건이 진행되고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무관심하고, 납치 피해자 가족의 목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
유력 일간지의 한 기자는 언론이 조용한 것에 대해 "몸값을 요구하는 인질 사건이기 때문에 언론사가 각자 자기 판단 아래 냉정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방 때까지 보도를 자제하는 것이지 취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좀 더 속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배경이 있다. 2004년 4월 이라크에서 첫번째 일본인 납치 사건이 생겼을 때 일본 언론의 과열 보도로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피해자 가족들도 목소리를 높여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을 비판했다. 하지만 "위험지역에 멋대로 들어간 것이 잘못"이라는 쪽으로 여론이 반전하면서 피해자와 가족들은 졸지에 '죄인'으로 몰렸다. 일본 사회의 차분한 반응에는 피해자를 비판하는 감정이 은연중에 담겨있다고 일본인 스스로가 설명한다.
자국인 납치사건에 생겼을 때 그 사회는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납치의 책임을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는 사회적 압력은 좋지 않다.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납치사건에 대해 너무 요란했던 한국과 지나칠 정도로 무관심한 일본 사회의 대응 방식이 반반씩 섞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쿄 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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