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를 상대로‘유류세 인하’를 외쳐대고 있는 정치권이 정작 의원 입법 같은 자체 수단을 활용하는 데에는 소극적이어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기름값 급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국민들의 여론을 감안해 앞에서는 정부를 질타하지만 실제론 정치권도 별다른 의욕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7일 국회에 따르면 유류세 10% 인하를 내용으로 하는 의원 입법안은 2년 3개월째 계류 중이다.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이 2005년 8월 대표 발의한‘특별소비세법 및 교통세법 개정안’은 유류세를 유종별로 각각 10%씩 인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의원측 자료에 따르면 유류세가 10% 내릴 경우 휘발유 가격은 ℓ당 90원, 경유 가격은 ℓ당 77원 각각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아직까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소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잠자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치권의 말은 화려하기만 하다. 지난 주 열린 재정경제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당적을 불문하고 정부를 상대로 유류세 인하를 촉구했다. 의원들은 권오규 경제부총리를 상대로“여야가 유류세 인하를 합의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을 정도로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정부가 계속 거부하면 국회 차원에서 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야가 유류세 인하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없다.
앞서 한나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유류세 인하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방침을 정했으나 흐지부지됐고, 7월 초에는 당시 열린우리당이 “다음 국회에는 여야를 떠나 유류세 인하 법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작업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는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대선 정국으로 쏠려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 등으로 정국이 혼돈에 빠진 탓에 유류세에 대한 여야 합의 같은 정책적 고려는 뒷전으로 밀린 분위기다. 세수 감소를 우려하는 정부의 논리에 맞서려면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세수 확충 방안을 제시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도 문제다. 유류세를 10% 내릴 경우 연간 약 2조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재경위는 다음 주 조세소위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특별소비세법 개정안 등을 논의한다. 이 개정안은 난방용 연료인 등유에 대해서만 특소세를 낮추는 내용이다. 이 자리에서 유류세 인하에 대한 결론 없이 정부 제출안만 그대로 통과될 경우 정치권에 대한 비난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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