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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샤라프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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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샤라프 '사면초가'

입력
2007.11.0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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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권력 지키기’에 나선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있다.

파키스탄 민주세력의 상징 이프티카르 초드리 전 대법원장이 군중봉기를 촉구한데 이어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도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규모 시위를 개최할 것이라고 나섰다. 어수선한 정국을 틈 타 친 탈레반 이슬람 무장세력까지 준동하고 있다.

자택 연금 중인 초드리 전 대법원장은 6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변호사들의 집회에 전화를 걸어 “희생의 때가 왔다”며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일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스피커를 통해 그의 목소리가 전달되자 시위군중은 “초드리”를 연호했으나 시위장 주변의 휴대폰 서비스 불통되면서 전화연결은 곧 끊어졌다. 초드리 전 대법원장은 무샤라프의 부패와 권력남용 등을 지적하며 반정부 투쟁의 중심에 섰던 인사다.

부토 전 총리도 9일 이슬라마바드 인근 라와핀디에서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자살폭탄 테러의 재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시위를 불허한다는 입장이어서 양측간 유혈충돌로 번질 전망이다.

7일에는 부토 지지자 수백명이 이슬라마바드 시내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찰의 최루가스와 곤봉 세례로 강제 해산됐다. 부토는 이날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정부의 대응을 물리칠 것”이며 “무샤라프가 비상사태 철회와 육군 참모총장직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13일 라호르에서 이슬라마바드에 이르는 ‘긴 시위행렬’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사태 선포 이후 애매한 태도를 취해왔던 부토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전면에 나설 경우 변호사들의 시위보다 무샤라프에게 훨씬 큰 위협이라는 분석이다.

반 무샤라프 시위가 고조되면서 여당인 파키스탄무슬림리그의 초드리 수자트 후세인 총수는 7일 “비상사태 장기화에 따른 영향을 무샤라프 대통령이 알고 있는 만큼 2~3주 내로 (비상사태를) 해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샤우카트 아지즈 총리도 이날 시위의 쟁점의 하나인 총선 실시 여부에 대해 “14일까지 총선 일정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혼란 상황에서 친 탈레반 이슬람 무장세력이 6일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의 한 마을을 무혈 점령했다. 군경이 시위 진압에만 몰두하면서 이슬람 무장세력에 대한 소탕 작전에 소홀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무샤라프 대통령의 마지막 버팀목인 ‘테러집단 소탕’이란 명분도 퇴색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비상사태 선포 이후 파키스탄 내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국가 신용등급도 추락해 기업인들의 불만도 폭발 직전이다. 무샤라프의 비상사태 선포 카드가 ‘독배’로 돌아올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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