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핵심 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에게 당권 경쟁에 나서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박근혜 전 대표 진영과의 관계가 개선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7일 저녁 KBS라디오 ‘열린토론’에 나와 ‘당내에서 당권_대권 분리 문제가 논란이 인다’는 지적에 대해 “이 후보가 이재오 최고위원에게 ‘앞으로 대선이 끝나더라도 당권 경쟁에 나올 생각을 하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고 얘기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는 이 최고위원이 당을 장악하려고 한다는 생각 때문에 박 전 대표측과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는 이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와 관련, 박 전 대표가 이전 총재를 지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대해서는 “그 분이 갓길을 타거나 역주행을 하는 그런 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 전 총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7일 일제히 공세 모드로 전환했다. “(불출마를) 끝까지 믿어보겠다”는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배신감은 극에 달했고 당내 일부에서는 이 전 총재에 대해 “미친 짓” “노망”이라는 거친 표현도 터져 나왔다.
이 전 총재의 출마 선언 직후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당 지도부의 격정적인 성토가 잇따랐다. 강 대표는 “마라톤으로 치면 41㎞ 넘게 뛰고 이제 막 운동장에 들어오고 있는데 갑자기 끼어 들어와서 테이프를 끊으려는 격”이라며 “이 전 총재의 자기 안 되면 안 된다는 생각, 이것은 대권 병이고 대통령 병”이라고 깎아 내렸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정권 교체의 국민적 열망을 여지없이 깨뜨린 것에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그 분을 두 번이나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피땀을 흘렸던 우리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당직자들도 이날 성명을 내고 “대권 삼수라고 그토록 비난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다를 바가 무엇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홍준표 클린정치위원회 위원장은 “이 전 총재의 연설에 담긴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 보수 진영을 분열시키지 않겠다는 마지막 부분만 믿고 싶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이 후보 표가 잠식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전 총재에게 ‘제2의 이인제’ ‘차떼기의 주역’이라는 오명을 덧씌우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 전 총재의 출마 명분을 흔들어 국민의 질타가 쏟아지면 대쪽 정치인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도 송두리째 뿌리 뽑힐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다만 2002년 대선 잔금 의혹 문제는 범여권이 현재 이 후보와 이 전 총재를 겨냥해 반부패연대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상황을 봐가면서 거론할 계획이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앞으로 일주일 내에 이 전 총재의 초반기세를 꺾어 지지율의 거품을 완전히 뺄 작정”이라고 강조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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