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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블랙박스' 대중화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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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블랙박스' 대중화 시대로

입력
2007.11.0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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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도 블랙박스가 있다.'

교통사고가 나면 언성을 높이며 잘잘못을 따지거나, 운전자가 정신을 잃어 책임소재가 밝혀지지 않거나, 심지어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교통사고로 길거리에 차를 세워놓고 운전자 간에 시비를 벌이는 모습이 사라질 전망이다. 차량 속도나 방향, 브레이크 작동, 안전띠 착용 여부 등을 저장해두는 블랙박스가 자동차에 본격 장착되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7일 차량용 블랙박스 국가규격을 제정, 고시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국가 표준이 마련됨에 따라 자동차 블랙박스의 생산과 장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법으로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자동차 블랙박스란 비행 상황을 모두 기록한 항공기 블랙박스와 같은 사고기록장치. 어떤 속도, 어떤 방향으로 운전을 했는지, 브레이크는 작동했는지, 안전띠를 착용했는지, 방향지시등은 켰는지 등을 모두 알 수 있다.

사고 후 이 데이터를 분석하면 지금처럼 스키드 마크나 타이어 위치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명확히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어 보상이나 처벌 문제 해결이 쉬워진다.

자칫 억울하게 사고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는 일도 막을 수 있다. 또 정보기술(IT) 네트워크와 연계하면 교통사고 정보를 경찰과 119구조센터에 자동 통보, 신속한 환자 이송과 교통처리가 가능하다.

자동차에도 블랙박스가 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에도 버스 등 1,000여대의 상용차가 블랙박스를 달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는 국가 표준이 없어 제품의 신뢰성을 검증할 수 없었고 장착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하지 못했다.

미국은 2억대의 경승용차 중 15%, 2004년 이후 출시된 승용차의 80%에 블랙박스가 달려있고, 일본은 영업용 차량 4만대, 일반 승용차 2만대에 블랙박스가 탑재돼 있다. 더욱이 유럽은 2010년부터 모든 차량에, 미국은 2011년부터 4.5톤 이하 모든 차량에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하는 등 자동차 블랙박스가 일반화하는 추세다.

산자부 전기전자표준팀 정광화 서기관은 "손해보험협회에 협조공문을 보내 블랙박스를 장착하면 에어백 장착 차량과 비슷하게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제도를 도입하도록 유도하고, 경찰청에도 교통사고 때 블랙박스를 분석토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제화의 경우 아직 정부 방침이 결정되지 않았다.

블랙박스가 보편화하면 운전자들도 방어운전에 치중해 사고 예방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산자부는 "블랙박스 장착이 일반화하면 경찰청 추산으로 연간 14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교통사고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고, IT 강국인 우리 기업들이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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