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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드라마, 스토리늪에 빠지고 스토리덫에 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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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드라마, 스토리늪에 빠지고 스토리덫에 걸리다

입력
2007.11.0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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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각각 15회와 10회를 방송하며 종반부를 향해 치닫는 24부작 블록버스터 TV 드라마 MBC <태왕사신기> 와 SBS <로비스트> 는 비록 목표로 뒀던 시청률 30% 달성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 드라마가 향할 이정표를 세웠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적극적인 자본유치를 통해 수백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하고, 수출을 위해 지명도가 높은 스타를 캐스팅하며, 영화와 같은 비주얼 효과를 노린 최첨단 컴퓨터그래픽을 적용해 눈높이가 올라간 시청자의 구미에 잘 맞추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 두 드라마는 똑같은 허점을 내비치고 있다. 이로 인해 어쩌면 손쉽게 달성할 수 있었을 ‘시청률 30%’가 버거워진 것이다. 허점은 다름 아닌 ‘스토리’에 있다.

● 과유불급- MBC 태왕사신기복잡한 이야기가 되레 몰입 방해

첫 방송을 며칠 남기고 <태왕사신기> 의 1회 시사회가 진행된 9월 초 MBC 경영본부 회의실에선 “방송 담당 기자들이 보기에도 스토리가 난해하다고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24부에 걸쳐 담긴 주인공의 캐릭터와 배경지식을 짧게 함축하는 1회이기 때문에 이해할만하지만, 영화가 아닌 공중파 방송의 드라마치고는 그 난해함의 정도가 심하다는 말이 이어졌다. 성서와 단군신화가 섞인 천지창조, 그리고 네 개 신물의 행방과 이에 얽힌 화천회의 음모 등, 마치 익숙하지 않은 롤플레잉 게임을 앞에 둔 것처럼 복잡했다.

이때만 해도 영화 <반지의 제왕> 팀이 참여(작업 초반에 국한)한 CG와 배용준의 스타성이 <태왕사신기> 의 승승장구를 우려하는 모든 의심을 덮어두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15부를 넘긴 지금 <태왕사신기> 는 무겁고 다양한 이야기를 끌고 가느라 스토리가 복잡해지면서 느려졌다. 시사회 때의 걱정대로였다.

담덕(배용준)의 정치적인 자립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 드라마는 양왕(독고영재)과 연가려(박상원)의 정쟁을 자세히 묘사하는데 전반부를 대부분 투자했다. 그래서 10부 이전까지 드라마의 주인공 자리가 담덕, 연호개(윤태영), 기하(문소리)가 아닌 중년 캐릭터들에게 넘겨진 듯한 인상을 받을 정도였다.

드라마는 담덕이 백제와의 전투를 준비하는데 2회분을 통째로 할애하고, 급기야 15회가 되어서야 마지막 사신인 청룡이 등장했으며 이제야 담덕과 연호개의 본격적인 대립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렇듯 풍성하고 자세한 묘사로 이뤄진 스토리가 드라마의 질을 끌어 올리는데 일조했지만 시청자는 난해함과 지루함을 견뎌야 했다.

● 외유내강- SBS 로비스트볼거리 넘치지만 스토리라인 부실

당초 “<태왕사신기> 와 <로비스트> 를 보는 시청자층은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30%의 시청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전망됐던 <로비스트> 는 줄곧 10%대 중반의 부진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더 이상 신규 시청자들이 유입되기 힘든 드라마 중반부에 도달하고 있어 눈에 띄는 시청률 상승은 힘들다는 게 중평이다.

<로비스트> 의 허점도 <태왕사신기> 와 마찬가지로 스토리에 있다. 그러나 <로비스트> 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스토리가 넘쳐서 골치인 <태왕사신기> 와 달리, 이 드라마에는 스토리가 너무 부족하다.

주인공 해리(송일국)와 마리아(장진영)는 불과 몇 회 만에 마피아의 보스자리에 오르고 어느새 로비스트가 되는 등 빠르게 신분변화를 겪는다. 그리고 10회 만에 이들은 키르키스스탄서 무기를 팔며 총격전을 벌인다.

볼거리는 화려하지만 시청자는 “전문적인 군사훈련도 받지 않은 이들이 어떻게 능숙하게 적을 죽일까”라는 기초적인 질문을 늘어놓는다.

어떤 과정으로 로비스트가 되며, 로비스트는 무슨 교육을 받는지 등 배경지식이 삭제된 볼거리의 행렬에 시청자는 물음표를 던지기에 바쁠 뿐이다. 군 장성이 간첩신고를 조작하며 언론과 검찰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작위적인 내용전개, 에바의 최후장면을 뒷받침할 스토리가 부족해서 시청자는 당혹스럽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두 드라마 모두 비주얼에 치중하느라 스토리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며 “<태왕사신기> 는 보편적인 사극과 달리 완전히 새로운 장르여서 기본적으로 어려운데 여기에 각각의 캐릭터를 강조하려다 보니 달라붙는 스토리의 양이 많아져 집중이 더욱 안 된다”고 말했다.

정씨는 “<로비스트> 는 어정쩡한 애국적인 코드에 멜로가 뒤섞이고, 많은 장면에서 충분한 설명이 따라주지 않는 등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강명석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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