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에게 비상사태 해제와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 테러 전쟁의 동반자에 대한 부시 대통령 식의 불만 표출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무샤라프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로 지원 중단 등 미국의 대 파키스탄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5일 레셉 타입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의 회담 직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무샤라프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해제하고 민주주의 질서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파키스탄이 총선을 가능한 한 일찍 실시하기를 기대하며 무샤라프 대통령은 군복을 벗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명분'과 대테러 전쟁 동반자를 지원해야 하는 '실리' 사이에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 부시 대통령의 뒤늦은 첫 발언이다.
뉴욕타임스는 6일 서방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비상사태 선포는 단기적으로 무샤라프 정권의 연장을 초래하겠지만 궁극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위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5일 조건이 성숙되면 육군 참모총장직을 포기하고 민간 대통령으로 돌아가 내년 1월 총선도 가능한 한 일정에 맞춰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샤우카트 아지즈 총리도 6일 "총선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각료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 정부의 반응은 일견 미국의 요구에 순응하는 듯 보인다. 무샤라프 대통령도 '테러와의 전쟁'을 이유로 자신을 비호해 온 미국 정부와 정면으로 맞설 태세는 아니다.
그러나 정국 혼란을 이유로 무샤라프 대통령이 '조건의 성숙'이란 전제를 내세워 총선 실시와 육군 참모총장직 사임을 연기하려는 속셈도 엿보인다. 5일 변호사들의 시위에 이어 6일에는 반정부 세력의 구심점이자 두 번째로 대법원장 자리에서 쫓겨난 이프티카르 초드리 전 대법원장이 변호사들에게 투쟁을 계속하라고 촉구, 혼란이 계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법부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무샤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민심이 등을 돌린 상황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총선을 실시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6일 파키스탄 내각 회의에서는 총선을 2~3개월 가량 연기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AP통신이 익명을 요구한 장관의 말을 빌어 보도했다.
사태가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국제 사회도 무샤라프 대통령에 대한 옥죄기에 나섰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5일 파키스탄 정부에 대해 비상사태 이후 체포된 사람들을 전원 석방할 것을 요구했으며 영국 외무성도 비상사태 철회를 요구했다. 네덜란드는 국제사회에서는 처음으로 내년까지 파키스탄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회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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