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국세청장이 현직으로는 처음으로 뇌물수수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6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 주선으로 건설업자의 뇌물 1억원을 받고 세무조사를 무마해준 혐의로 구속된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서 6,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본인은 지방청장이 업무추진비를 보태는 관행적 상납이라고 항변했으나, 검찰은 법원 판례 등에 비춰 뇌물수수혐의 적용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먼저 지적할 것은 현직 국세청장의 구체적 비리혐의가 드러났는데도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이다. 본인이야 자리를 지키는 게 "죄가 없다"고 버티는 데 여러 모로 도움될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본인이 인사청탁 수뢰를 완강히 부인하는 마당에 사표를 받을 수 없다"고 대응한 것은 상식 밖이다. 그는 처음 돈 받은 사실을 부인하다가 관행을 내세웠다. 설령 그게 사실이라도 용인할 수 없는 비리인데도 거취를 본인에게 맡긴 것은 결코 선의로 해석할 수 없다.
전군표 청장과 정상곤 전 청장 사이의 관행적 비리는 당초 수사의 발단이 된 '정윤재 의혹'의 본질이 아니다. 권력의 특성 등에 비춰 전 청장은 처음부터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개입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정상곤씨가 "내 돈이 아니다"고 말한 1억원의 행방이 의혹과 수사의 초점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 1억원의 일부가 포함됐다는 상납금 6,000만원의 성격을 놓고 논란하는 사이에 본질과 곁가지의 구분이 흐려졌다.
결국 전군표 청장과 청와대의 버티기는 실체가 숨겨진 권력형 비리의혹을 국세청장 개인비리로 축소ㆍ왜곡 인식하게 하는 데 이바지했다.
검찰이 전 청장의 구체적 역할과 다른 실세의 개입 의혹은 슬쩍 뒤로 밀어둔 채, 짐짓 국세청장 구속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한몫 했다.
국세청장 구속과 사퇴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정윤재 의혹'의 실체를 파헤치는 것이다. 검찰과 국세청 조직의 갈등 따위를 떠드는 것으로 끝내 국민의 눈을 가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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