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가련과 비운의 대명사 비올레타와 관능미와 정열의 대명사 카르멘.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두 여주인공이 같은 기간 나란히 한국 관객을 찾아온다.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가 15~1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비제 오페라 <카르멘> 이 14~1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려진다. 자주 공연되는 작품들이라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대중적이고 인기있는 오페라들이기도 하다. 카르멘> 라>
두 작품은 상반된 여주인공의 캐릭터 만큼이나 다르다. <라 트라비아타> 는 이탈리아의 거장 연출가 피에르 루이지 피치가 연출한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극장 프로덕션을 그대로 옮겨오는 수입품인 데 비해 <카르멘> 은 예술의전당이 제작하고 한국 연출가와 성악가들이 참여하는 국산이다. 카르멘> 라>
<라 트라비아타> 의 비올레타는 사교계의 꽃으로 불리는 고급 창녀지만 연인 알프레도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가련한 여인이다. 이번 프로덕션에서 비올레타는 더욱 고독하다. 결핵으로 숨을 거두기 직전 알프레도가 찾아와 용서를 구하지만, 그의 품이 아닌 발코니에서 홀로 죽음을 맞는다. 라>
공연을 앞두고 내한한 77세의 노장 피치는 이에 대해 “위대한 성녀의 죽음처럼 표현하고자 초가 꺼지듯 섬세하게 연출했다”면서 “비올레타는 죽음을 통해 위선적이고 헛된 욕망이 가득한 세상에서 벗어나 홀로 구원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치는 <라 트라비아타> 의 배경을 1940년대 독일군이 점령한 파리로 설정했다. 원작에서 100년을 건너뛰었다. 전쟁과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해 살고자 하는, 즐기고자 하는 욕망이 더욱 강했던 시기였기에 선택했다는 것이 연출가의 설명이다. 라>
화려하고 세련된 시각적 연출로 이름높은 피치는 이번 공연을 위해 모델 같은 외모를 지닌 20대 가수들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이리나 룽구와 엘레나 로시가 비올레타 역을, 제임스 발렌티와 안드레아 카레가 알프레도 역을 맡았다.
특히 룽구는 올해 로마극장과 라 스칼라에서 세계적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와 비올레타 역을 나눠맡았던 유망주다. 연주는 마르코 잠벨리가 지휘하는 서울클래시컬플레이어즈. (02) 587-1950
카르멘은 새처럼 자유로운 집시다. 사랑으로 인한 구속과 소유, 의무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약혼녀가 있는 돈 호세를 유혹하지만 다시 투우사 에스카미요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분노에 찬 호세의 칼에 목숨을 잃는다. 이번 무대에서 카르멘은 한 발 더 나간다. 호세의 칼로 스스로 달려들어 죽음마저 선택하는 것.
연출가 최지형은 “카르멘은 자유롭게 태어나 자유롭게 죽는다”고 강조했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 의지를 가진 캐릭터이기 때문에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립오페라단의 <보체크> 에서 도발적 이미지의 마리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던 메조 소프라노 김선정과 독일 하노버에서 실시한 오디션에서 발탁된 최승현이 타이틀롤에 더블캐스팅됐다. 이밖에 강무림, 이원준, 김수연, 박미혜 등이 출연한다. 보체크>
현대적으로 바뀐 <라 트라비아타> 에 비해 <카르멘> 은 스페인 세비야의 투우장과 담배공장, 선술집 등 원작에 충실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무대를 둘러싼 거대한 성벽은 당시의 견고한 인습을 상징한다. 카를로 팔레스키가 지휘하는 코리아 심포니가 연주한다. (02) 580-1300 카르멘> 라>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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