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 / 문학과지성사92년간 혁명 역사를 쓴 이론과 사상, 그 사람들
1917년 11월 7일(구력 10월 25일) 러시아 10월혁명이 일어났다. 오늘은 그 90주년이 되는 날이다. 정부의 수립에까지 이른 인류사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이었다.
김학준(64)의 <러시아혁명사> 초판(1979년) 서문은 “혁명이란 단어가 모든 젊은이들의 피를 끓게 하던 시대가 있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러시아혁명사>
“… 구미의 부유한 지역과는 달리 아시아와 아프리카 및 라틴아메리카의 가난한 지역에서는 ‘혁명의 종말’이 아니라 ‘혁명의 여명’이, 그리고 ‘이데올로기의 종말’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의 여명’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유신체제에서 다시 5공의 암흑으로 넘어가던 시절에 한국에서 쓰여진 <러시아 혁명사> 도 많은 젊은이들의 피를 끓게 한 책이다. 러시아>
이 책은 한국에서 최초로 나온, 러시아 혁명사를 통사적ㆍ인물전기적ㆍ사상사적으로 아우른 저술이다. 혁명의 씨앗을 뿌린 1825년 12월당원의 반란부터 이후 세계사의 방향을 바꿔버린 1917년 10월혁명까지 92년이 소요된, ‘무수한 색깔의 이론과 사상의 결과, 그리고 혁명에 관련된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 그 같은 사상에 도달할 수 있었는가’로서의 혁명사를 쓰고 있다.
치밀하고도 박진감 있는 서술, <삼국지> 만큼이나 흥미진진한 레닌과 트로츠키 등 혁명아들의 활약은 지금 펼쳐 읽어봐도 가슴을 뛰게 한다. 삼국지>
<러시아 혁명사> 는 초판 출간 20년 만인 1999년에 수정ㆍ증보판이 나왔다. 그 사이 혁명으로 세워진 소련은 해체됐고, 레닌이즘은 붕괴했다. 하지만 실패한 혁명이 매도된다 해서 혁명사의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김학준이 이 책에서 인용한 “일체의 현실적 혁명은 종이 위에서 출발한다”(지상ㆍ紙上혁명론ㆍrevolution on paper)는 말처럼, 혁명은 망해도 종이 위에 쓰여진 그 역사는 남는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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