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삿일 돕느라 낮에 못한 공부를 하기 위해 ‘고성능 등잔불’을 연구하던 학생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연구비를 지원받는 국가과학자가 됐다. 6일 과학기술부가 2호 국가과학자로 확정, 발표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유룡(52) 교수다. 그는 앞으로 최장 6년동안 연 15억원씩 개인에게는 가장 큰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유 교수의 대표적 연구성과는 2~50나노미터(1㎚=10억분의1m) 크기의 나노 물질을 합성하는 새로운 방법을 창안한 것이다. 유 교수는 먼저 이산화규소로 거푸집을 만들었고, 이를 이용해 나노 크기의 구멍이 벌집처럼 숭숭 뚫린 탄소를 처음 만들었다. 다음엔 탄소 벌집을 거푸집 삼아 나노 크기의 백금이나 제올라이트 등을 만들었다. 이러한 물질들은 반응시간이 몇 배 오래 가는 촉매, 연료전지의 재료, 수소나 메탄의 저장체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유 교수가 개척한 이 독창적인 나노주형합성법은 2000년 이후 <네이처> <네이처 머트리얼> 등에 논문으로 발표돼 하나의 분야를 형성했다. 그의 논문은 지금까지 통틀어 총 7,701회, 2005년 이후에는 1년에 1,000회 이상 인용되고 있다. 네이처> 네이처>
하지만 자신이 밝히는 연구의 계기는 단순했다. “메조 다공성 물질을 얻어서 한번 연구해 보고 싶었지만 무명의 과학자라 딱히 공동연구하기가 어려워 한번 만들어봤다”는 것이다.
천연덕스러운 자신의 경쟁력을 유 교수는 어렵게 공부한 어린 시절에 둔다. 고교 1학년까지 부모를 도와 논일을 해야 했던 그에게 공부는 사치였다. 고2때부터 일을 ‘면제’받고 서울대 응용화학부에 진학했다. KAIST에서 석사를 하다 보니 유학을 가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미 스탠퍼드대에서 3년 만에 박사를 마쳤다. 그는 “환경도 열악했고 뚜렷한 목표의식이 없었는데도 과학자가 된 것은 정부가 구축해 놓은 과학기술 인프라 덕분”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앞으로 실험실을 2배 정도 확대해 친환경 촉매와 에너지 매체 개발 등 응용 성과를 내는 데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