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성실이는 교실에서 책갈피 속에 넣어 두었던 학원비 10만원을 분실한다. 성실이가 혼자 교실에 남아있던 친구 의심이를 범인으로 지목, 고소해 재판이 시작된다. 하지만 의심이의 범행을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한데다 증인들도 자기 진술이 짐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재판과정에서 깨닫는다. 결국 재판장은 무죄를 선고하고, 모자를 눌러쓴 진범이 책갈피에 돈을 다시 돌려 놓으며 증거를 중시한 판결이 옳았다는 감흥이 전해진다.
청주지방법원(법원장 김이수) 판사들이 최근 청주시내 초ㆍ중학생들과 함께 만든 영화 <책갈피 속 진실> 의 줄거리다. 판사와 학생들은 ‘왕따’의 피해를 민사사건으로 다룬 영화 <우정을 신고합니다> 도 함께 제작했다. 러닝타임이 각각 30분인 두 영화는 법 이해를 돕기 위한 교육용 영상물이다. 우정을> 책갈피>
김현범(36)판사가 시나리오를 썼고 정태수(40)판사는 <우정을 신고합니다> 에 선생님으로 출연했다. 나진이(35ㆍ여) 판사는 법정 연기를 지도하는 등 총연출을 담당했다. 작품당 30여명에 달하는 출연진은 모두 청주시내 초ㆍ중학교 학생들이 맡았다. 학교 장면은 주성중 등 일선 학교에서, 법정 장면은 청주지법 1호 법정 등에서 촬영했다. 우정을>
재판만 하던 판사들이 영화 제작에 나선 이유는 학생들에게 법과 법 체계를 좀 더 명확하게 알려주기 위해서다. 청주지법 판사들은 3월부터 ‘찾아가는 법 교육 멘토링제’를 시행, 모두 48차례에 걸쳐 일선 학교에서 법원의 역할 및 재판 진행과정 등을 교육하면서 영상물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9월 어수용(43) 수석부장판사를 팀장으로 법교육용 영상물 기획팀을 꾸리고, 멘토링제로 인연을 맺은 학교측의 도움을 받아 출연 학생을 섭외했다.
“난생 처음 하는 시나리오 작업 때문에 보름 가까이 밤샘을 했다”는 김 판사는 “학교 생활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소재로 삼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영화를 보고 법 정신을 쉽게 이해하고 비판적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갈피 속 진실> 에서 변호인 역을 맡은 신원종(개신초 6)군은 “또래 친구들과 연기를 하면서 재판은 이기려고 서로 싸우는 게 아니라 서로 화합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책갈피>
청주지법은 8일 오후 지법 별관 대회의실에서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을 초대해 영화 시사회를 열 계획이다.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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