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전군표(53) 국세청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부산지검은 현직 국세청장을 사법처리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하루 종일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경제검찰'수장에 대한 영장청구가 전례가 없던 일이라 내부회의를 거듭하는 등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부산지검은 전 청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 앞서 이날 오후 늦게까지 대검 수뇌부와 청구 시기 등을 놓고 치열한 갑론을박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검 정동민 2차장검사를 비롯한 수사팀 전원이 오후까지 이어진 '마라톤 회의'를 거듭하면서 점심식사조차 거른 점도 장고(長考)가 상당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수사팀 검사 6, 7명을 비롯해 부산고검 최동욱 차장검사 등이 6층 정 차장검사 사무실을 수차례 방문하고 정 차장검사가 지검장실을 수시로 찾아 의견을 나누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앞서 부산지검 김태현 지검장은 지난 주말 상경해 수사팀의 의견을 대검측에 전달했고, 사전구속영장 청구시기 등을 최종 조율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지난 주말 수사팀 전원이 출근해 전 청장을 압박하기 위한 광범위한 법리 검토 및 판례 분석 등을 거쳐 영장청구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전 청장측의 요청으로 지난 3일 국세청 비서실 직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이날 오전 1명을 추가로 조사했다.
이들은 조사에서 정상곤(53)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전 청장에게 돈을 건넸다고 한 시점 당시의 정황 등을 근거로 전 청장의 혐의 없음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 2차장검사는 "이들에 대한 조사가 사법처리를 결정하는데 큰 변수가 될 수 없다"고 한마디로 잘라 사법처리 방침에 변함이 없음을 시사했다.
전 청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된 이날 국세청은 "올 것이 왔구나"라는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장의 자신감과 청와대의 신중함에 기대는 한편,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뒤에도 영장실질심사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일부 직원은 영장실질심사 일정과 담당 판사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웠다.
전 청장은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는 등 정상적인 업무를 했다. 그는 전국 세무서 간부급 직원들에게 "인사관리는 공정하게 해왔다.
집무실에서 그 같은 돈을 받은 일은 절대로 없다"고 결백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검찰이 신속 공정한 결정을 할 것이니 (직원들은) 동요하지 말라"는 당부도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전 청장의 낙마 및 구속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한 직원은 "개인에겐 안된 일이지만 어차피 세무행정은 조직과 시스템으로 굴러가기 때문에 최고 수장이 바뀐다 해도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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