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의 포인트가드 주희정(30ㆍ182㎝)에겐 ‘테크노 가드’보다 ‘기록의 사나이’란 별명이 어울린다.
주희정은 지난달 28일 전자랜드와의 홈경기에서 국내프로농구(KBL) 사상 최초로 정규시즌 5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웠다. 1997년 연습생으로 원주 나래(현 원주 동부) 입단 후 11시즌 만에 일군 대기록이다. 또 사흘 뒤엔 프로 통산 7번째로 2,000리바운드를 채웠다. 주희정은 통산 어시스트와 스틸 부문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감독도 두 손 든 연습벌레
“동기들보다 일찍 프로에 왔고, 운 좋게 훌륭한 감독님들을 만났을 뿐이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주희정은 ‘공인’ 연습벌레다. 유도훈 KT&G 감독은 “나도 독종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나보다 더 한 선수”라며 손사래를 쳤다. 주희정의 스파링 파트너는 늘 새내기다. 7, 8년 후배들과 1대1을 해봐야 냉정한 체력 테스트가 되기 때문이다. 주희정은 운전 중에도 신호에 걸리면 잽싸게 아령을 든다.
가족은 나의 힘
주희정은 아내 박서인(28)씨와 첫 딸 서희(2)가 있어 늘 든든하다. 내년 1월에는 둘째 딸 서정이도 태어난다.
핏덩이 때 어머니와 헤어지고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는 일이 드물었던 탓에 할머니 손에서 자란 주희정은 늘 ‘가족’이란 단어가 사무치게 그립다.
주희정은 2002년 아역 탤런트 출신인 박씨와 결혼했다. 6년차의 ‘중견’이지만 아직도 하루에 10번 이상 전화기를 붙잡는다. 또 그것도 모자라 한 달에 한 번씩 아내에게 7, 8장짜리 편지를 쓴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휴일은 온전히 딸에게 할애한다. 아빠를 꼭 빼닮은 딸은 엄마의 시기를 살 정도. “얼마나 예쁜데요. 기회가 되면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아역 탤런트도 꼭 시켜보고 싶어요.” 못 말리는 ‘극성 아빠’다.
농구의 전설로 남겠다
신인왕, 우승, 지난해엔 어시스트와 리바운드 1위까지. 언뜻 보기에 더 이룰 것이 없을 것 같은 주희정이다. 그렇지만 사람의 욕심이 어디 그럴까. “마음 같아서는 1,000경기 출전까지 달성하고 싶지만 바람일 뿐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 갖고 있는 기록들을 그 누구도 넘지 못하도록 연장해 ‘전설’로 남고 싶습니다.”
안양=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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