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국회를 찾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만난 기자들이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과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박 전 대표는 단호한 표정으로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이 4일 “나의 오만함을 깊이 반성한다”고 말한 데 이어 이날도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잇달아 고개를 숙인 직후다. 박 전 대표는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을 두 번이나 했다.
그만큼 화가 단단히 났다는 의미다. 그는 본회의장에서 이 최고위원이 찾아와 사의를 표하며 고개를 깊이 숙였을 때에도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명박 후보 측에서 거듭 면담을 제안한 데 대해서도 “내가 처음에 한 이야기와 변한 것이 없는데 굳이 만날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거절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처음에 한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놓고 다양한 해석도 제기됐다.
이에 박 전 대표의 측근은 “박 전 대표에게 확인한 결과, 경선에 승복한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어떻게 살려낸 당인데, 내가 정치 발전을 위해 경선에서 승복까지 했는데 당이 왜 이렇게 됐는지 안타깝다”며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는 당 안팎의 정치 지형에 대해서도 직설적으로 비판을 가했다.
이회창 전 총재 출마가 초읽기에 들어가며 다급해진 이 후보 측에서 박 전 대표 잡기에 뒤늦게 나서고 있지만 이 최고위원 거취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박 전 대표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이날 박 전 대표의 표정을 본 이들의 평가였다.
박 전 대표는 이회창 전 총재와 관련해선 이날도 언급을 삼갔으며, 이 전 총재 측이 만날 의사를 밝혀 왔느냐는 질문엔 “없다”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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