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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이질감만 가득했던 '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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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이질감만 가득했던 '춘향'

입력
2007.11.0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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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이 올린 <춘향> (10월 31~11월 3일 예술의전당)을 보았다. 원제가 <사랑의 시련> 인 이 발레는 20세기 초반의 가장 중요한 안무가였던 미하일 포킨이 1936년에 만든 것인데, 주인공 이름이 ‘충양’으로 돼있는 등 우리 <춘향전> 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울산대 최정호 석좌교수에 의해 이미 40여년 전 발견됐다.

그러나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지난해 파리 유학생 김승열이 구체적인 자료를 찾아냄으로써 뒤늦게 관심을 끌었고, 그 덕분에 국립발레단에 의해 극적으로 재현된 것이다.

그러나 줄거리가 크게 변형됐을 뿐 아니라 무대와 의상이 중국풍이라는 사실은 당시 유럽이 얼마나 한국을 모르고 있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게다가 일본, 중국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던 오페라 <나비부인> , <투란도트> 의 예술적 완성도나 감동에는 크게 못 미쳤다. 30분 가량의 중편이며, 사랑의 테마는 지극히 단순하고 해학적으로 취급돼 있었다. 한반도에 없는 원숭이가 등장한다든지, 춘향 부친의 춤이 영락없이 중국풍인 점도 이질적이었다.

무엇보다 이 발레를 상징할만한 독창적인 포즈나 동작이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재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지만, 과연 한국 발레를 상징하는 레퍼토리로 정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런데 최정호 교수는 포킨의 <사랑의 시련> 보다 6년 앞선 1930년 독일 카를스루에 무대에서 <춘향전> 과 훨씬 흡사한 발레가 공연된 기록도 찾아냈다. 프랑스어로 표기된 포킨의 발레와 달리 독일어 제목이 붙어있지만 우리말로 번역하면 역시 <사랑의 시련> 이고 부제도 ‘춘향’이라 한다.

발레는 아니지만 필자가 우연히 알게 된 사실도 있다. 1930년대를 전후해 레하르의 오페레타를 불러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테너 리하르트 타우버는 1934년 자신을 위해 <노래하는 꿈> 이란 오페레타를 직접 작곡했다. 여기 나오는 ‘그대는 나의 모든 세상’이란 아리아는 오페레타의 가벼운 러브 송으로는 비교적 알려진 노래다.

그런데 바리톤 토마스 햄슨이 노래한 오페레타 아리아 음반의 해설지에는 그 노래의 주인공이 놀랍게도 한국의 마법사라고 적혀있는 것이다. 더 이상의 상세한 내용은 일반문헌이나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없었지만 기록 보관이 충실한 본고장의 도서관이나 극장자료실을 뒤지면 자세한 줄거리와 악보가 있을 듯하다.

앞으로 발견될지도 모를 한국 관련 작품이 명작의 반열에 오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유럽에서 한국도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이국 취미의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해보고 싶은 것은 필자만의 희망은 아닐 듯 싶다.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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