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출마 선언이 임박한 가운데 이재오 최고위원 거취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 갈등이 격화해 43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이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지방에서 5일로 나흘째 칩거하며 출마 구상을 가다듬고 있는 이 전 총재는 이르면 6일 귀경해 한나라당 탈당과 무소속 대선출마를 공식화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는 이날 ‘국민께 드리는 말씀’ 원고를 직접 작성하며 대선출마 명분을 정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재는 이 후보에 대한 보수세력의 불안감을 거론하며 우파 대연합을 통한 안정적 정권 탈환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재측 이흥주 특보는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총재가 (출마를) 최종적으로 정리하는 단계”라며 “무소속 출마가 현실적 방안이며, 국민통합의 정치가 필요한 시대인 만큼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폭 넓게 연대해 국민에게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이재오 최고위원의 공개 사과를 일축하고, 이명박 후보와의 회동에도 부정적 반응을 보여 박 전 대표 포용을 통해 이 전 총재 출마를 무력화 시킨다는 이 후보측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 후보가 박 전 대표측과의 화합에 실패할 경우 박 전 대표의 당 경선 이전 지지 세를 상당부분 흡수하고 있는 이 전 총재를 견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 최고위원이 최고위원 회의와 의원총회에서 “아직도 경선 하는 걸로 아는 사람들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발언을 사과한데 이어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을 찾아와 머리를 숙였으나,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측 핵심 의원들은 이날 회동을 갖고 이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 “(최고위원은) 전당대회에서 뽑힌 자리이므로 사과와 관계없는 것이 아니냐”며 사실상 거부했다.
이와 함께 이 최고위원이 지난달 말 이 후보의 한 외곽지지 모임에서 “한나라당이 지금처럼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집권 이후 신당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 지방언론이 보도해 또다시 박 전 대표측의 반발을 샀다.
이 최고위원측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박 전 대표측은 “발언이 사실이라면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창당과 같이 반대 세력을 배제하고 신당을 만들어 총선에 임하겠다는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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