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전무)을 지낸 김용철(49) 변호사는 5일 "현직 최고위급 검사 가운데 삼성의 불법 뇌물을 정기적으로 받은 사람이 여럿 있다"고 폭로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가 6일 김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 관련 각종 비리 의혹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키로 해 김 변호사 폭로 내용에 대한 검찰 수사가 조만간 본격화할 전망이다.
김 변호사는 이날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당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돈으로 매수하는 불법 로비는 모든 (삼성) 임원의 기본 책무로, 삼성은 내게 범죄를 지시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나는 구조본에서 검찰 간부 수십 명을 관리했으며, 나머지는 60개 계열사가 나눠 맡았다"며 "명절, 휴가 때는 500만~수천만원을 건넸고, 경우에 따라 수십억원 전달지시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삼성이 관리하는 조직 중 작은 편이었다"며 "이해관계가 맞물린 재정경제부, 국세청은 규모가 더 컸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돈의 출처는 각 사가 만든 비자금이며, 임원 명의 차명계좌를 통해 조성됐다"며 "임원 중 상당수가 차명계좌를 가지고 있으며, 그 명단을 일부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건과 관련, "증인과 진술을 조작했으며, 나도 공범이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검찰 로비 명단,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재산 형성 의혹 관련 자료 등 물증 공개는 하지 않은 채 뒤로 미뤘으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 했다.
삼성은 이날 '김 변호사의 주장에 대한 삼성의 입장'이라는 공식자료를 내고 김 변호사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삼성은 "법조계에 떡값 등을 돌린 적이 없으며, 김 변호사에게 지시한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삼성은 "김 변호사가 법조계 인사와 술을 마시거나 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사적 관계에서 한 일"이라며 "로비 명단은 검찰 사정에 밝은 사람이면 누구나 손쉽게 작성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삼성은 "에버랜드 사건은 언론과 시민단체가 지켜보는 가운데 1, 2심 재판에서 대부분 검찰 주장대로 혐의가 확정됐다"며 "어떤 피고인을 바꿔치고 어떤 증인과 참고인을 빼돌렸다는 건지 김 변호사는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박상진기자 okome@hk.co.kr박관규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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