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이 급증하고 있는 일본에서 이혼자 전용 금융상품이 처음 등장했다.
일본 기후(岐阜)현의 오가키교리쓰(大垣共立)은행은 10월1일 이혼할 때 필요한 위자료와 소송비용, 자산분할비용 등으로 사용하는‘이혼전용 론(Loan)’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황혼이혼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비용 부담을 덜어주려는 상품이다. 일본에서 1990년대 유행하며 사회적 충격을 주었던 황혼이혼은 결혼 기간이 20~25년 이상인 50대 이상의 부부가 남편의 정년퇴직 등을 맞아 갑자기 헤어지는 것을 말한다.
황혼이혼의 부활은 2003년에 이미 예상됐다. 당시 새로운 연금법이 가결돼 올해 4월1일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개정된 연금개정법은 부부가 이혼할 경우 아내가 남편의 연금을 최대한 50%까지 받을 수 있게 했다.
이혼을 원하는 전업주부들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한 법안이었다. 남편의 연금이 직접 아내의 계좌로 입금되고, 남편이 사망하거나 아내가 재혼하더라도 변함없이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어서 이혼 후 경제력을 걱정했던 여성들에게 커다란 용기를 주었다.
이혼을 꿈꾸는 중장년 여성들 사이에서는 “2007년 4월까지만 참자”는 분위기가 확산됐었고, 반대로 남편들은 언제 이혼당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또 다른 2007년 문제’라고 이름 붙였다. 원래 ‘2007년 문제’란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가 2007년 정년을 맞아 대거 은퇴하는 상황을 걱정하는 말이었다.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연금분할과 관련된 잠재 이혼은 40만건이 넘는다. 재미있는 것은 2002년까지 매년 1만명 이상 늘어났던 이혼자 숫자가 2003년부터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이혼 상담자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젊은 세대들은 갈등이 생기더라도 나름대로 극복하려고 노력하지만, 황혼세대들은 관계회복을 포기한 채 2007년까지만 기다리자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고 설명했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4월부터 9월까지 접수된 이혼에 의한 연금분할신청은 모두 4,049건으로, 이중 75% 이상이 여성이 신청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황혼이혼이 해마다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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