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말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은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사회 전체를 뒤흔들어 놓은 것도 부족해 아직도 끝나지 않은 법정소송으로 비화했는가? 사실은 어느 나라에나 이런 충격적인 과학부정 사건은 있었다.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가 펴낸 <엄청난 배신_과학에서의 사기> (사진)를 읽어보면 세계 어디에서도 온갖 유형의 과학 부정 사건이 있었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선진국들도 연구윤리 확보를 제도화했음을 알 수 있다. 엄청난>
1974년 슬로안케터링 암센터의 윌리엄 서머린은 검은 생쥐의 피부를 이식 받은 흰 쥐가 거부반응 없이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펜으로 검정색을 칠하는 단순한 수법을 썼다. 70년대 말~80년대 초 심장병 연구자인 존 다시는 하버드대 의대 등에서 수십 편의 논문을 위조했다.
논문 속 본문과 표의 숫자가 일치하지 않거나 8,9세 남자가 아이를 낳은 것으로 가계도가 작성되는 등 너무나 뻔한 오류들이 학술지 심사를 거쳐 멀쩡히 출판됐다는 사실이 나중에서야 드러났다.
저자인 호레이스 저드슨은 특히 왕성하고 야심 많은 젊은 과학자와 후견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명성 있는 원로 과학자의 멘토십 관계가 연구부정에 악용될 수 있고, 연구부정에 대한 제보가 있을 때 기관과 상급자가 오히려 문제를 은폐하려 할 수 있다는 등 연구부정을 둘러싼 사회 정치적 맥락을 살펴본다.
저자는 인터넷 출판이 널리 확대될수록 표절 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연구부정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과학 부정사건을 통찰하고 싶거나 연구윤리의 기초를 닦아야 할 이공계 전공자라면 숙독할만하다. 전파과학사 발행. 2만원.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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